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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노동자 07-128호 > 소식지/선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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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노동자 07-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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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dnj 작성일13-07-26 01:54 조회9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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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년 전 고통은 가슴에 묻어도…
휴가를 앞두고 편한 인사만 할 수 있겠습니까?

지부장 이병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처럼 즐겁게 휴가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해야 마땅합니다만' 1년 전 사측에 의해 분열된 현장을 생각하면 마냥 즐거운 휴가일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2012년 7월 27일은 조합원 동지들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공장을 용역이 틀어막고 조합원 동지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은 날입니다. 직장폐쇄라는 미명하에 노동자가 없으면 단 한순간도 굴러가지 않는 공장에 노동자의 출입을 막았으니 요상한 일을 벌인 겁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복수노조가 있었습니다.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제는 노동조합운동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입니다. 7월 27일 전에는 어느 누구도 복수노조를 얘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복수노조는 정말 안 된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만도에 복수노조가 생겨난 것입니다.

2012년 7월 27일!!
조합원 동지들은 직장폐쇄 소식을 듣고 맘 놓고 휴가를 가지도 못했습니다. 직장폐쇄!! 그럼 노조의 운명은?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이 태산 같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직장폐쇄 후 주말을 넘기면서 만도지부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가입하는… 사측의 엄포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98년 공권력에 이은 탄압' 2010년부터 벌어진 직장폐쇄와 복수노조를 통한 탄압을 익히 알고 있던 우리는 결국 사측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서글픈 얘기지만' 우린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였습니다. 권력을 잡은 자가 힘없는 자를 몰아붙이는 방법은‘무릎 꿇리기’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비대위 동지들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린 동지들의 마음에 만도지부가 아직 남아있다고' 그리고 곧 다시 만도지부를 찾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냥 실망만 하지 않습니다. 탄압이 거센 곳에서는 반드시 저항이 있다는 것도 노동조합운동의 역사가 증명해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변화의 사례로 쌍용차를 들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얼마 전 쌍용차에서는 임금교섭 체결찬반투표가 있었는데 부결되었습니다. 작년 만도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결과입니다.

최근 사측이 현장장악을 위해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측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하려면 당연한 과정입니다. 생산량도 늘려야 할 테고' 외주도 더 진행해야 할 테고' 또 뭐가 있을까요? 쌍용차 노동자가 올라간 생산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측에 대한 불만' 노조에 대한 불만을 결국 체결찬반투표에서 드러낸 것입니다.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댐이 무너지는 과정은 어떻습니까? 시멘트 벽에 실금으로부터 댐은 결국 무너져내리고 맙니다. 지금 만도도 생산량이 꽤 올랐습니다. 사측은 얼마 전 직․계장들을 모아놓고 “주간2교대는 올해 안에 실행할 수 있다. 문제는 생산량이다. 생산량만 맞추면 임금은 보전해주겠다”라고 했답니다. 생산량이 꽤 올랐는데 여전히‘생산량 타령’그럼 사측이 원하는 생산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간담회에 참석한 직장' 계장 분들한테만 속닥이지 말고 전 직원들에게 속시원히 얘기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보궐집행부가 들어선 지 약 5개월이 지났습니다.
만도지부는 소수노조가 되면서 예전과는 많이 다른 환경에 처했습니다. 맘 같아서야 조합원 동지들의 고충도 듣고 대책도 세워야 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늘어도 왜 늘어야 하는지? 생산량을 늘이기 위한 조건을 갖추었는지?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답답한 현실입니까? 산재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눈치주기도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만도지부 조합원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다친 조합원에게 보다 안전하고 편한 마음으로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만 사측은 그럴 의사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점점 삭막해져 갑니다.
현장에서 기업노조에 대해 비판을 했는데 그런 얘기 하지 마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뭐 예전에야 노동조합에 불만이 있으면 스스럼 없이 표현해왔던 때와는 너무나 다른 현실을 살고 있는 겁니다. 직장폐쇄가 해제되고 조직사업이 이어지면서 현장은 서먹서먹해져 갔습니다. 그래도 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나아지겠지 했는데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서로서로 얘기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동료들이라는 것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장폐쇄 이후 노동자의 삶을 다시 돌아봅니다.
잔업' 특근에 일년 365일 며칠 쉬지도 못하고 출근했던 우리 동료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주 5일제로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노동자의 삶도 좀 달라질 거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근데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사가 바쁘면 일할 수밖에 없고 임금 수준은 유지되었지만 우리 생활수준은 이미 잔업과 특근을 할 때 수준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사에 일이 있으면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일이 없으면 생계비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관행처럼 굳어진 생활방식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 봅니다.
잔업은 기본으로 해야 하고' 특근도 한 달에 4~5개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굳어진 생각이고 생활방식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매년 과로사로 죽는 조합원이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장시간 일하는 나라는 OECD 최상위권입니다.

노동자는 행복하게 살면 안 되는 걸까요? 우린 행복을 추구하면 안 되나요?
조합원 동지들과 있는 그대로 행복한 생활을 하자고 제안하고 지회별로 가족 캠핑' 조합원 야유회' 도시락 먹는 날' 지부차원의 가족야유회를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또 다시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고' 다른 시각으로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휴가를 앞두고 두서 없이 적었습니다. 모쪼록 가족과 오붓한 시간 보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