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노동자 제13-03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만도_지부 작성일24-01-17 11:43 조회156회첨부파일
- 철의노동자 제13-03호.hwp (848.0K) 139회 다운로드 DATE : 2024-01-17 11:43:38
본문
하나의 사건과 두 개의 시선
노동조합이 세 개로 나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내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는 오류를 막아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태도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실이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맥락을 살피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최근 사측과 만도노조의 전사고용안정위원회가 이를 잘 드러내줍니다.
□ 외주는 사측의 배타적 권한인가
평택공장 양산으로 알려졌다가 슬그머니 협력업체인 JD테크에서 생산 중인 CL4M 캘리퍼도 그러하고, IDB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보완 부품으로 알려진 RCU 라인도 평택공장 생산을 추진했다가 멕시코 공장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한 시각이 노동조합마다 다른 것인지? 조합원 동지들끼리도 다르게 해석되는지 궁금합니다. 만도노조와 사측이 협상하는 전사고용안정위원회를 지면을 통해 살펴보면 사측은 마치 외주 추진이 노동조합과는 상관없는 사측의 배타적 권한으로 인식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왜 노조가 달라야 할까?
2012년 직장폐쇄 후 만도노조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원하지 않고, 노사상생을 이야기했으며 정치적 권리에 대해 거리감을 드러냈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만도노조는 규약에 정치적 권리를 담았을 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에 대한 거부감(?)도 덜어냈고, 만도노조 조합원 동지들은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함으로써 금속노조 만도지부와의 차별성도 흐려졌습니다.
만도새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적이 없어 상대적으로 시각차이가 더 큰 것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초 단일노조 시절부터 조합원 동지들은 모두 하나의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지 않았습니다. 출신 지역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지지하는 정당도 다르고, 취미는 물론 음식 취향까지 모두 달랐습니다. 오직 공통점이 있다면 사측을 상대로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 하나였습니다. 각 조합원 동지들께서는 노동조합이 나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십니까?
고용안정으로 나아가는 길
고용안정이야말로 단일노조 시절부터 가장 강조해온 가치입니다. 공교롭게도 만도노조 역시 2012년 직장폐쇄 당시 고용안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외쳤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흐르면서 과연 고용안정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뒤를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노동조합이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입니다.
□ 고용불안의 근원, 국내공장 축소
2023년 문막공장 희망퇴직을 추진하면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지 않아도 된다는 사측의 입장에 동의하는 노동조합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용안정으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전동화를 우선하는 전략에 따라 기계식 부품에 대해서는 축소하거나 외주 추진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평택공장에서 드러난 것처럼 신차종, 신제품에 대해 일방적으로 외주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식이면 2~3년 내에 기능직 조합원 수가 대폭 감소하면 국내공장의 극단적인 축소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 조합원 동지들끼리 단결하는 2024년
근속이 보통 25년이 넘고 나이도 평균 50세가 넘는 공장, 사측 입장에서 국내공장의 몸집을 가볍게 하는 이유는 ▲만성질환으로 가득한 구닥다리 공장을 줄이고 △3세 승계 과정에서 노조 개입을 무력화 또는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낡고 오래된 설비를 외주 처리하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아도 되니, 조직력은 저절로 약화됩니다. 만도에서 피와 땀을 흘린 우리들은 지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불면증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구닥다리 취급당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다른 사람은 잘려도 상관없고 나만 살면 된다는 것을 고용안정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사측 역시 노조를 차별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자칫 ▲부당노동행위 논란을 키울 수 있고 △다른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년의 시간은 새로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는데 ▲조합원 동지들이 새로운 노조를 필요로 한 것이 아니고 △노조가 다르니, 서로 각자도생하자는 동지들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동지들은 분명히 말합니다. “더 이상 외주 합의하지 말자, 노조가 달라도 싸울 땐 같이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