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노동자 제12-99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만도_지부 작성일23-11-17 07:04 조회148회첨부파일
- 철의노동자 제12-99호.hwp (3.4M) 124회 다운로드 DATE : 2023-11-17 07:04:33
본문
우리 모두 더 건방져지자
건방지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단어에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상상력입니다. 우리는 「철의노동자」제12-98호(11/8)에 이어 건방짐에 대해 더 다루고자 합니다.
□ 서대문 형무소에서 전태일을 생각하다
지난 11일 우리는 전태일 열사 53주기를 맞아 서대문역 사거리에 모여 윤석열 정권 퇴진, 노동개악 저지, 근기법 2조, 3조 개정을 목청껏 외쳤습니다. 지면을 빌어 문막과 익산, 그리고 평택에서 함께 해주신 조합원 동지들과 동료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사진은 11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 만도지부 깃발)
서대문역에 집결하기 전 우리는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일제 강점기 시대 독립운동의 역사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배웠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찍어낸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의 역사도 확인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서대문에서 용산까지 울려퍼진 노동자들의 외침을 윤석열 대통령은 건방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동·서양을 막론한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시각
“그래야만 노동시장에서 건방짐(arrogance)이 사라진다.”오스트레일리아의 억만장자 최고경영자(CEO) 팀 거너의 말입니다. 그의 생각을 조금 더 살펴보면, 노동자가 일자리를 준 고용주에게 고마워해야 하는데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풍토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이걸 바꾸는 방법은 실업자 숫자를 올리는 것이고 그러한 고통이 있어야 노동자 태도가 바뀐다는 거죠. (인터넷 『한겨레』<건방져진 노동자들이라는 그들의 오랜 믿음> 10월 25일 참고)
만도에서도 90년대 중반 당시 부서장 중 한 명은 초창기 노조 활동가를 ‘빨갱이’로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귓속말로 “가까이 하지마라”며 충고 아닌 충고를 하더군요. 건방지다의 사전적 뜻은 잘난 체하거나 남을 낮추어 보듯이 행동하는 데가 있다는 것이니,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건방지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마도 ‘노동자 주제에 감히 자본가에게 할 말을 한다’는 의미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3세 승계에 대한 건방진 도전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국내공장을 시찰(?)한 이윤행 부사장의 방문 행렬은 마치 개선장군 같았다는 것이 동료들의 대체적인 평가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몽원 회장의 큰 사위로 부사장까지 진급했고 국내공장을 방문함으로써 내가 ‘차세대 주인공’임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3세 승계를 전제로 우리가 건방진 도전에 나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승계를 정당화하려면
국내 언론은 사회주의권인 중국과 북한의 권력 승계에 대해서는 반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구시대적이고 권위적이라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냅니다만, 재벌의 승계에 대해서는 물음표조차 날리지 않는 이중적 대토를 보여줍니다.
대중적으로도 재벌의 3세 승계에 대해 별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데 이는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왜곡된 능력주의’가 우리들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재벌의 승계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기도 하는데 ▷능력과 상관없이 승계가 이뤄지다보니 세간에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형제, 자매, 남매간 다투는 일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한항공 사례죠.
만도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몽원 회장과 장남 정몽국씨와의 다툼도 있었습니다. 또 정인영 회장의 뒤를 잇는 과정에서 한라그룹 부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습니다. 승계에 대한 우리들의 첫번째 건방진 도전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 소유와 경영의 분리
조직 개편에 따른 수많은 설왕설래 속에 드러나지 않은 현장 이야기를 잠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막을 시작으로 평택에서 꽃을 피운 3교대제 얘기인데요. 최근 익산에서도 3교대를 했으면 하는 사측의 바람이 슬그머니 새어나오는 모양입니다. 또 평택에서는 얼마 전에 작업자가 교대자에게 업무전달을 제대로 안 해 작업 중 사고나 났다며 징계(출근정지 3일)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