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노동자 제1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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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만도_지부 작성일24-02-07 14:39 조회145회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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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에 갇힌 생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지난 1일 평택 청북의 한국니토옵티칼 앞에서 고공농성 사수, 고용승계 쟁취를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열렸습니다. 일본 자본이 투자한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 해외자본·해외투기자본의 민낯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례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2008년 정몽원 회장이 만도를 다시 찾고자 할 무렵 해외투기자본과 국내자본 논란이었습니다.
당시 해외투기자본으로 알려진 KKR과 경합 중이었습니다. 우리는 해외자본의 국내 철수, 눈앞의 단기 이익에만 열을 올리는 해외투기자본의 폐해를 보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정몽원 회장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논란을 재연이라도 하듯 일본 니토자본은 구미공장을 청산하고 청북공장을 대체공장으로 내세워 이익의 극대화를 꾀합니다.
■ 한라그룹 부도 책임자 정몽원 회장
해외투기자본은 만도 노동자의 미래를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순진한(?) 생각은 정몽원 회장의 2012년 직장폐쇄로 산산조각났습니다. 2008년 만도에 입성한 정몽원 회장은 노동조합이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 때 공을 들였던 것과는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2008년 이후 한동안 사장급들은 공장 방문 첫 일정을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노동조합 임원에게는 깍듯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조합원 동지들에게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 모습에서 자본의 민낯을 읽었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또 놓친 것은 정몽원 회장의 △3세 승계에 대한 탐욕이며 ▲검증되지 않은 경영 능력이고 △만도 이외에는 별 볼일 없는 그룹 현실이었습니다.
설을 맞아 생각하는 노동자 운명
청북에서의 짧은 시간이 1997년 한라그룹 부도와 현재까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부도 이후 임원진들에게 뿌려진 스톡옵션에 조합원 동지들의 불만이 하늘을 치솟자, 모색한 대안이 우리사주조합이었고, 정몽원 회장이 다시 들어온 것에 대한 안전장치가 지분 요구였습니다.
□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
임원이 스톡옵션을 가져간다면 직원들에게도 자격을 부여하라는 발상이 일대일 대응출연이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지분 확대를 위해 대응출연 한도를 상향하려는 요구는 사측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히고 말았습니다.
정몽원 회장은 부도 책임자라는 태생적 약점을 지녔고, 재매각 시점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과제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2008년 만도를 인수하려는 정몽원 회장에게 지분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것은 또 2000년 부도 책임자인 정몽원 회장을 향한 △경영복귀 반대, ▲지분 사회환원 투쟁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정몽원 회장을 피할 수 없다면, 지분확보를 통해 자의로 98년처럼 만도에서 쫓겨나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만도와 운명공동체가 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 노동자와는 다른 자본, 유럽 농민들의 투쟁
사측은 노동자가 최고경영자와 운명공동체가 되려는 발칙한(?) 상상을 직감이라도 한 듯 2008년 주식 지급 합의를, 주식 상장을 앞두고 뒤집어보려다 결국 계장 위주로 현금 선택을 강요(?) 했습니다.
주식회사 만도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합원 동지들이 주식을 소유하겠다는 것은 최고경영자와 동등한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로 읽혀 잠재적 위협으로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몽원 회장은 만도의 주식을 지주회사 HL홀딩스 주식으로 바꿔 운명공동체가 되길 거부합니다.
한편 지구 서쪽 프랑스에서 농민들의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9일 농민들이 파리행 간선도로를 트랙터로 무기한 점거했다는 것, 지난 1일 2주째 이어가던 도로봉쇄 시위를 정부가 한발 물러서자 해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투쟁 방식이나 기간 모두 우리 상상력의 울타리를 넘어섭니다.
□ 까치설과 우리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소현숙은 사측의 청산 절차에 맞서 울타리를 넘어 옥상에 올라갔으며, 우리는 직장폐쇄로 울타리에서 내쫓겼고, 지금 노동조합 울타리만 두 개입니다. 노동자들의 현실은 팍팍해도 설날 연휴가 위로가 됩니다. 8일은 금속노조 생일입니다. 그리고 연이은 까치설, 설날 모두 넉넉한 마음으로 쇠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