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사이에 장벽을 넘는 유일한 길

우리는「교섭쟁점」제13-02호(6/20)“필요할 때는 창구단일화(고용위)로 소수노조를 배제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개별교섭으로 소수노조를 활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12년부터 벌어진 일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다보니 조합원 동지들께서 되묻곤 합니다. 그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전하겠습니다.

◇ 노동조합 사이의 장벽 - 개별교섭

2012년 복수노조가 생기고 2년에 걸쳐 개별교섭을 통해 사측은 약 천만원 가량의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만도지부 조합원 동지들을 따돌려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이와 유사한 집단 따돌림이 생기면 처벌을 피할 수 없지만, 기업 왕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약 2년에 걸친 차별은 만도노조 조합원들에게 ‘만도지부에 가면 찍힌다’는 집단적인 피해의식을 심어주었고,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더 이상 차별이 없어진 개별교섭은 다수노조에 대한 소수노조의 정당한 비판을 가로막는 장벽입니다. 따로 교섭하니까 다른 노조 일에는 입 닫아라는 식입니다.

◆ 전체 조합원 동지들의 권익을 위한 비판

개별교섭이 다수노조에 대한 비판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지만, 우리는 △월급제와 주간 2교대제 도입과정 ▲통상임금 소송 △외주추진에 대해서 사측과 만도노조를 공히 비판했습니다.

2년 전에는 만도노조가 압도적 쟁의행위 찬성에도 불구하고 교섭을 차기로 넘겨 당선되고도 핵심요구였던 △상여금 50% ▲2011년 이후 입사자 임금격차 해소 △2012년 차별 및 격려금 등에 대한 쟁취없이 마무리한 것은 투쟁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실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비판이 전체 조합원 동지들의 권익향상을 꾀한다는 것이 우리의 확신입니다. 작년 교섭 결과에 대한 비판 홍보물을 작성했던 만도노조 평택지부 동지들은 홍보물을 배포하기 전에 본조에 배포확인을 요구했습니다. 사측이 허가하지 않은 홍보물은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왔기 때문입니다. 배포확인을 거부한 만도노조 본조는 단일노조 시절 확립된 홍보의 자유, 비판의 자유라는 기본원칙을 훼손했습니다. 비판에 대한 겸손하고 열린 자세가 복수노조 극복의 지름길입니다.

우리가 고용안정위원회를 요구하는 이유

사측이 노동조합을 길들이는 방법 중에 따돌리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측의 따돌리기에 맞서 모든 노동조합에 고용안정위원회(이하 고용위)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교섭은 각각, 고용위는 다수노조만

교섭을 따로 할지라도 차별은 안 된다는 것이 판례이므로 사측에게 개별교섭은 소수노조에 대한 교섭위원 시간할애 정도만 부담입니다. 만일 고용위에 모든 노동조합이 참여한다면 어떨까요?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면 노동조합 사이에 경쟁이 펼쳐질데니 사측 뜻대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막의 주물외주, 익산의 상용차 외주, 평택의 마스터부스터 외주 등에 대해 만도지부는 외주 대신 공장간 재배치를 검토하자는 색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임­단협 교섭 결과가 탐탁지 않을 경우, 찬반투표를 부치지 않는 노조가 그 부담을 감당해야 하지만, 함께 참석한 고용위에서 의견이 다를 경우, 사측 주장에 동조하는 노조에 부담이 가중됩니다.

교섭과 고용위의 가장 큰 차이는 조합원 동지들의 통제력입니다. 교섭결과는 조합원 동지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반면, 고용위는 단일노조 시절 외에는 찬반투표가 사라졌습니다.

◆ 노조는 달라도 공동 대응이 순리

다수노조가 누리던 고용위를 해당 조합원이 있는 노조가 함께 대응한다면 조합원 동지들의 권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삼척동자도 아는 단순한 원리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루어 짐작컨대 사측이 갈라놓은 단체협약의 장벽 때문입니다.

익산과 평택 3교대 라인에는 만도지부 조합원도 있습니다. 고용위 참석이 어렵다면 노동조합 사이에 대응방향에 대한 논의가 기본이지만, 만도노조는 그걸 원치 않은 듯합니다. 우리는 노동조합의 권한은 나누면 나눌수록 도움이 되고, 사측은 권한의 집중을 추구한다는 원리를 깨닫습니다. 사측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모든 역량을 투여하듯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