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존재로서 노동자

총선이 1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존재라는 관점에서 노동자를 떠올려봅니다. 권모술수가 판치는 정치권의 모습과 달리 우리는 정치적 존재로서 노사관계, 민주주의, 국가와 국민, 조합원의 권리 등 모든 영역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생각해 봅시다.

□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노동자와 사용자

기업의 이윤과 노동자의 임금 사이의 반비례 관계야말로 노사간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노사간 이해관계의 대립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단체행동권을 법으로 보장했습니다. 사측이 주면 주는 대로 받는다는 것은 사측의 이윤을 늘려줄 뿐입니다.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구장창 투쟁을 외치는 것은 사측이 순순히 내놓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권익을 지킬 수 없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 조합원 통제력 vs 사용자 통제력

만도에서 사용자를 대변하는 사람들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과 노경팀이 대표적입니다. 모두 직원이지만 공적인 조직인 노동조합 일꾼 들과 노경팀 직원들은 서로가 싫어서가 아니라 부여받은 임무의 특성상 치열하게 논쟁하고 다툽니다.

이때 개인적 관계와 공적인 관계에 구별이 생기고, 노조 간부는 조합원 대중의 통제 아래 자신을 낮추는 법입니다. 기업노조 초기 간부들이 백지위임장을 써가며 사측과 교섭한 것은 스스로 대중적 통제를 벗어나 사측의 통제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노동조합의 성패는 조합원 통제가 실질적인가? 아니면 사측의 통제가 실질적인가? 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합원 통제력의 최고 단계는 ▷집행부 불신임과 ▶체결찬반투표 부결과 그리고 또 찾자면 ▷과반 미만 득표자에 대한 후보 박탈 등입니다. 물론 만도에서는 집행부 불신임 투표까지는 진행됐으나 가결된 적은 없습니다. 사용자 통제력의 최고 단계는 ▷백지 위임 또는 ▶직권 조인 그리고 ▷무쟁의 00년으로 이름 붙는 경우입니다.

노동조합 통제력, 누가 쥘 것인가?

사측은 지난 2012년 노동조합에 대한 통제력을 쥐기 위해 직장폐쇄와 함께 개인 홍보물을 막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장 홍보물은 사측과 집행부에 대한 비판으로 노동조합의 통제력을 조합원 동지들이 움켜쥘 수 있게 만들어왔던 상징이었습니다. 지금은「철의노동자」가 그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 노동조합 통제력을 둘러싼 치열한 힘겨루기

2022년과 2023년 만도노조와 만도지부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하나의 분기점입니다. 대중적 통제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사측도 이에 맞서 “눈 내릴 때까지 교섭하자”며 버티는 등 사용자 통제력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찾았을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통제력을 누가 쥐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2012년 직장폐쇄 이후 사측은 다수인 만도노조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함으로써 전체를 다스려왔습니다. 따라서 만도노조가 사용자 통제력을 끊어내는 것은 소수노조인 만도지부는 물론 전체 직원들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철의노동자」제13-14호(3/20)“공과 사는 구별돼야”를 통해 던진 질문은 노동조합 통제력이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만도노조 익산지부와 사측은 점심시간 음주에 관심을 보였고, 평택 노경팀에서 점심식사 때 만났던 당사자들에게 조사인지 면담인지를 요구했습니다. 만약 만도지부가「철의노동자」를 통해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평택 노경팀에서 당사자를 불렀을까요?

■ 사측과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은 금기일 수 없다

사측은 한번 움켜쥔 노동조합에 대한 통제력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비판할 수 있다면, 사측은 노동조합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현장 홍보물 금지는 이 일환 중 하나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 금지라는‘금기’를 건드린 사람들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측이 노리는 바는 전체 조합원들에게‘너희들도 조심하라’는 협박으로 읽힙니다. 우리가 사측을 부름을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는 3자 제보를 근거로 언제든지 조사하겠다는 사측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치적 존재로서 노동자는 사측과 일상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저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행령을 통한 조합비 회계 공시를 금속노조가 거부하는 것도 정권에 순응할 것인가? 라는 진지한 물음으로부터 나온 결론입니다. 오는 4월 10일 총선과 사전투표를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하면서, 더 나아가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