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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의소리

이게 진짜 노동조합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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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결투쟁연대 작성일26-09-1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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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
 
“아사히글라스지회를 징계한다면, 받겠습니다. 그러나 이게 진짜 노동조합 맞습니까?”
 
저는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지회 지회장 오수일입니다. 지회장을 맡은 지 9개월이 됐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긴 시간 이를 악물고 지켜온 아사히글라스지회가 지금 금속노조 징계위원회에 징계 대상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이유는 지부 임원의 임금보전을 위한 돈을 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시작은 “재정자립기금”입니다.
 
2026년 3월 16일 금속노조 구미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1인당 매월 2,000원의 재정자립기금을 납부하는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기금의 용도는 지부 선출직 임원의 임금보전입니다.
 
금속노조 사무처에서 근무하던 최○○ 지부장은 구미 지부장으로 출마하면서 사무처에서 받던 임금 수준의 보전을 요구했습니다. 당선 이후 구미지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재정자립기금’이라는 명목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저는 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임금보전용 기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출직 임원이 받는 금액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조에서 내려오는 활동비와 지부에서 지원하는 활동비를 합하면 연 5,280만 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사무처에서 받던 임금 수준인 6,240만 원으로 맞춰주는 것이 과연 민주노조의 정신에 맞는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미지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8월 19일 구미지부는 운영위원회에 아사히지회 징계 상정을 결정했고, 9월 15일 금속노조에 징계를 요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금속노조의 징계 의결만 남았습니다.
 
저는 지부 운영위원회에서 기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최○○ 지부장은 저에게 “징계 감당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과 모욕적인 말에도 저는 참고 또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노동조합이 맞습니까? 아사히지회 조합원 22명은 비정규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해고됐고, 9년 2개월을 거리에서 싸웠습니다. 그 긴 투쟁 동안 우리는 ‘김 판매’, ‘후원주점’, ‘CMS 후원’ 등을 통해 연대기금을 만들었습니다. 조합원들은 매달 100만 원의 생계비를 받았고, 그중 3만 원을 조합비로 내고 97만 원으로 9년을 버티며 싸웠습니다. 우리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민주노조를 간절히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버텨서 2024년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노동해방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우리 조합원들과 그 힘든 투쟁을 하면서 노동조합이 어떠해야 하는지, 민주노조의 정신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9년의 투쟁으로 저와 제 동료들은 투쟁과 연대가 얼마나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지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소성리에서, 박근혜 퇴진 광장에서, 김용균 투쟁에서, 김천 톨게이트 본사 점거 투쟁에서, 거통고 조선하청 투쟁에서 모든 걸 다 걸고 싸우는 동지들을 만났고, 뜨겁게 연대했습니다. 10년 투쟁의 길에서 제가 만난 활동가들은 헌신적이었고 열정 가득했습니다. 더 낮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들의 진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운동이 이런 거구나! 벅찬 마음으로 설렜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마주하는 금속노조 구미지부는 달랐습니다. 자신의 임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자신보다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에게 돈을 내라고 강요하고, 안되자 징계를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참담합니다. 회의감이 듭니다.
 
아사히지회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지부 임원의 기존 임금보다 현저히 낮은 연봉 4,000만 원입니다. 아사히지회 전 지회장 차헌호 동지는 현재 대외협력부장으로 무급휴직을 내고 비정규직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활동비 역시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연봉 3,000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구미지부에 비정규직 노동자나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들이 가입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 선출직 임원의 임금보전을 위해 그들에게도 돈을 내라고 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선출직 임원의 임금보전을 위한 기금을 부담시키는 것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노동조합입니까?
 
그 노동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더라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으니 무조건 내야 한다”고 할 것입니까? 저는 노동조합 활동은 개인의 이익보다 노동자 모두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노동조합의 돈과 권한은 개인의 잇속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데 쓰여야 합니다. 아사히지회는 지금까지 그렇게 활동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해놓고,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됐으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민주노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안건이 통과됐느냐가 아닙니다.
그 결정이 조합원의 권리와 이해에 부합하는지, 민주노조의 원칙과 정신에 맞는 결정이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아사히지회 하나의 징계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노동조합을 만들 것인지, 노동조합의 돈과 권한은 누구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지, 민주노조의 정신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부 임원의 임금보전을 위해 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면, 받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노조의 길인지 끊임없이 묻겠습니다. 부끄러운 건 징계받는 우리가 아닙니다.
 
동지들께 호소합니다. 아사히지회 징계가 과연 민주노조의 정신을 지키는 결정인지 생각해 주십시오. 패배보다 아픈 실망을 넘어 아사히지회가 민주노조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십시오. 지금까지 그랬듯 동지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6년 9월 18일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지회 지회장 오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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