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DI 노조 설립 직전까지 갔으나 차단”
삼성 에버랜드 노조 성과는 ‘세확산 차단‘
“조합원 추가확보중” 완전 고사화는 실패
3년 내 문제인력 100% 감축 목표 등
최고경영자들에게 ‘7가지 사항‘ 하달
“2013년은 복수노조 3년 차… 그룹 비노조 경영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위기 극복이 어렵다. 지금까지 지켜온 그룹 고유의 비노조 전통이 항구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부탁드린다.”
삼성그룹의 옛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2013년 그룹 노사안정화 대책’ 문건에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렇게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삼성이 2013년 작성한 51쪽짜리 문건에는 삼성 에스디아이(SDI)의 노조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이를 ‘경영성과’로 내세운 사실도 새롭게 드러난다. 검찰이 2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예고한 만큼 ‘삼성 수사 2라운드‘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주목된다.
■ SDI 노조설립 마지막 단계서 차단
이날 <한겨레>가 확보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2013년 그룹 노사안정화 대책’ 문건은 총 51쪽짜리로, △2012년 성과와 반성 △13년 노사환경 전망 △13년 노사안정화 대책 등 3개 목차로 이뤄져 있다. 이 문건은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의 노조와해 문건이라고 폭로한 ‘2012년 에스(S)그룹 노사전략’과 목차가 같지만, 내용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을 바탕으로 지난 17일 삼성 에버랜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먼저 삼성은 ‘2012년 성과와 반성’을 설명하며 “2012년 수차례 노조설립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차단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삼성 에스디아이와 관련 “2012년 1~3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에스디아이의 ‘문제인력(노조설립을 주도하거나 참여한 직원들에 대해 삼성이 부르는 호칭)’을 포섭해 설립 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차단했다”고 언급했다. 또 2012년 10월부터는 “민주노총이 에스디아이 울산 사조직을 선동해 금속노조 삼성지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에버랜드 노조 등 각사 문제인력을 총망라하는 산별노조 지부 형태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그동안 노조설립 움직임을 보이는 에스디아이 직원들에 대해 ‘사생활’ ‘여자관계’까지 사찰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고발까지 이뤄졌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강아무개 부사장(불구속 기소) 컴퓨터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문건이 발견되자 강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특히 검찰이 수사 확대를 ‘예고’한 삼성 에버랜드와 관련해선 “2011년 7월 설립된 에버랜드 노조가 아직도 와해되지 않고 있다”며 어용노조를 사전 설립해 단체교섭권을 확보하고, 주동자를 해고 조치하거나 세 확산을 차단한 점을 ‘성공사례’로 들면서도 ‘완전 고사화’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