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북 | #7 여성조합원 인터뷰_함께 살기 위해 시작한 길 (오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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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충북지부 작성일23-04-12 12:39조회3,0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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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8여성의 날을 맞아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여성조합원 8명을 만났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현장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서로 닮아 있었습니다. 인터뷰 글은 마치지만, 앞으로도 지부 여성조합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부가 함께 하겠습니다. 투쟁! |
앞으로 노동조합에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우선 낯가리는 성격부터 바꾸려 한다고 하셨습니다. 인터뷰당시 조합원이셨는데, 이후 노동안전부장직을 맡으셨더라고요. 낯가리기도 극복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위해 고군분투할 오진실 조합원의 활동이 기다려집니다.
올해 2월에 결성된 테스트테크지회는 4월 복수노조가 생겼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지만,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어 용기를 낸 노동자들의 걸음이 멈추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날짜 : 2023. 3. 4.
# 일곱번째 만남,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한 길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오진실 노동안전부장
안녕하세요. 테트테크지회 오진실 노안부장입니다. 테스트테크는 반도체 전기 검사를 하는 회사예요. 저는 전기 검사팀에 있어요. 설비가 한 줄에 20대 정도 있는데, 그 설비가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알람이 울리면 조치를 취하는 일을 해요. 또 자주검사라고해서 주기적으로 100구간마다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해요. 과정이 복잡하고, 많이 움직이는 일들이예요. 전에 궁금해서 측정해보니 2만보 움직인걸로 체크될 정도더라고요.
저는 경찰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보안업무를 하다가 공항으로 이직해서 보안검색대에서 한동안 일했었어요. 그러다 소개로 남자친구(현 테스트테크지회장)를 소개받았죠. 그 당시 남자친구가 제주도에서 렌트카 사업을 하고 있어서 저도 제주도로 이사가서 지냈었죠. 그러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서 우연히 이 회사를 소개받고 남자친구와 함께 일을 시작하게됐어요.
처음에는 별로 좋은 이유로 들어간 게 아니니까 싫긴 했죠. 또 생산직에서는 처음 일해봐서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또 제주도에서 나와서 힘들게 들어갔으니, 돈은 벌어야 하니까 눈 딱 감고 했죠. 사실 제가 엄청난 기계치거든요. 기계를 만졌다하면 고장이 나서, 설비를 만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다행히 고장 안내고 잘 일하고 있어요.
# 강제연차로 끝나지 않을게 뻔해, 노동조합을 만들자!
작년 12월쯤부터 회사가 일이 많이 줄은 상태였어요. 그러다 회사가 어렵다면서 연차를 소진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도 강제연차 문제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서 현 지회장과 둘이서 조장한테 항의를 여러번 했죠. 그러면 조장은 위에서 지시한거라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문제제기하고, 얘기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두명만 연차가 빠져버린 거예요. 쓰기 싫으면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몫을 다른 사람들이 다 채우고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희도 엄청 고민을 했어요. 우리가 빠졌다고 우리가 신고를 안 하고 이걸 그냥 묻어둬도 될까 싶었죠. 그렇게 고민하다가 우리가 빠졌다고 모른척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현 지회장이 노동청에 강제연차 문제로 청원을 했어요. 노동부에서 나와서 조사를 했는데도 별로 성과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에 지회장님이 계속 뭔가 알아보더니 민주노총이 너무 자기 스타일이라고 민주노총하고 상담을 받아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 상담을 받게 됐죠.
초동주체들하고는 마음이 정말 잘 맞았어요. 원래 라인이 다 다르거든요. 지회장님은 3동 삼성라인이고, 저는 2동 심텍라인이예요. 2동인원은 5명이고, 나머지는 3동인데요. 서로 교류할 일이 없으니까 별로 안 친했어요. 그런데 심텍라인 물량이 떨어져서 삼성라인으로 다 지원을 보낸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친해져서 그 멤버가 이렇게 노동조합까지 만들게 됐죠. 관리자들은 그때 업무 지원 보낸걸 후회하겠죠?(웃음)
함께 친하게 지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우리회사에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이 조장이나 관리자들한테 강제연차 이야기를 하면 그냥 무시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얘기해도 다 안 듣는 느낌이였어요. 그래서 그러면 우리끼리 같이 한번 해보자. 우리 진짜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마음을 먹었죠. 또 이게 강제 연차를 안 쓰게 하면 또 사람들이 좀 마음이 놓이게 되잖아요. 근데 또 이것만 생각하기에는 또 바빠지면 강제 특근을 쓰게 할테니까 지금 바로 잡자, 우리 뭐라도 하자고 움직이게 한거 같아요.
# 많이 바쁘고, 미움 받는 길
엄마가 민주노총 조합원이예요. 엄마가 항상 이런 말을 했어요. "회사에는 노조가 있어야 된다." 제가 성인이되고나서 엄마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던 것 같은데, 엄마가 항상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저도 당연히 회사에는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회사에 들어왔더니 노조가 없는 거예요. 인원이 그렇게 적은 수도 아닌데 노조가 없어, 또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 회사는 불합리한게 많아, 근데 아무도 말도 안하고 일만 하니까 아니 왜 이렇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서 생각만 했던거 같아요.
그런데 지회장님이 처음 딱 들어와서 한두 달쯤 지났을때 얘기하더라고요.
"나는 여기에서 진짜 열심히 해서 관리자를 하던가, 아니면 노동조합을 꼭 만들거야."
사실 올해 지회장님이 밴드가 세개인가, 네개인가 올랐거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급여도 올랐는데 왜 노조를 만드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자세히는 안물어봤지만 본인은 일하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한것 같아요.
저희 노조 만들때쯤 엄마한테 "엄마는 민주노총이야, 한국노총이야?"하고 물어봤는데 엄마네 회사는 두 개 다 있는데 엄마는 민주노총이라고 하더라고요. 괜히 반갑고 좋았어요. 그래서 엄마한테도 오빠(현 지회장)가 노조 만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죠. 그런데 엄마는 "노조는 당연히 있어야지. 그런데 앞에 나서면 조금 그렇지지. 많이 바쁘기도 하고, 미움도 많이 받을텐데 괜찮겠어?" 하면서 걱정도 많이 하더라고요.
# 달라진 현장, 달라질 현장
노동조합 설립총회하고 다음날 회사 앞에서 보고대회를 했잖아요. 그때 제가 일찍왔거든요.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진짜 회사에서 이래도 되나 싶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그 날 금속노조에서 많이 오셨잖아요. 또 노래도 틀어놓고 하니까 뭔가 떨리면서도 신났어요. 회사도 우리 이런 마음 좀 알아줘라 싶고, 살짝 찡하기도 하고요. 그 동안 마음 고생했던 분들도 많으니까요. 또 지회장님이 연설할 때 목소리가 떨리더라고요. 그때 많이들 울컥했어요.
노동조합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뭔가 하나의 조직이 더 생긴 느낌이어서 사람들하고도 끈끈해진 기분이예요. 일할때 얘기를 잘 안하는데, 요즘은 얘기도 더 많이 하게 되고 재미있어요. 자꾸 사람들도 "그래서 우리 파업 언제 해요?" 이러는거예요.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고, 우리가 한번 보여줘야 된다, 한 번쯤은 파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현장에서는 관리자들이 웬만하면 다 피하려고 해요. 일단 말도 되게 착하게 하시고, 저한테 노조 얘기 하나도 안 꺼내요. 특히 욕쟁이 과장님이 너무 착해져서, 좋다고도 하고 또 반대로 부담스럽다고 하기도 하고 있어요. 당장은 현장 분위기가 달라져서 신기해요. 그런데 워낙 여기서 오래 일했던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쉽게 바뀔까 싶기도 해요. 노동조합이 앞으로도 노동자를 존중하는 회사를 만들도록 노력해나가야죠. 제가 봤을때 관리자 이상급부터는 직원들을 내 밑에 사람이다, 부려먹어도 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욕들으면 기분 나쁘거든요. 똑같이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어요.
# 낮은 성인지 감수성
성차별은 딱히 없는 거 같긴 해요. 그런데 관리자들이 성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한 느낌은 들어요. 남성 관리자가 노크도 없이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서 캐비넷을 그냥 열어본다던가 이런 거는 너무 상식 밖이잖아요. 노조 만들고 저런 일이 있었다는게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관리자들이 이런건 범죄야 이렇게 생각 안 하고 그냥 진짜 인식 자체가 너무 낮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예전에도 여성 탈의실은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남자 탈의실에 들어와서 캐비넷이 더럽다면서 사진찍어가지고 치우라면서 한 번 사진이 올라온 적이 있거든요. 근데 이건 남자건, 여자건 개인 사생활 침해인데 너무 사람을 무시하는거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인지를 못해서 그렇지 남성관리자들때문에 불편할때는 종종 있어요. 저도 최근에 한 번 조장님인줄 알고 오빠라고 불렀는데, 그게 과장님이였던거요. 그래서 죄송하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그 뒤로 계속 오빠라고 해보라고 하니까 너무 싫었죠. 싫다고 해도 한동안 계속 그러더라고요. 이런 부분도 어쨌든 사람들이 느끼기 나름이니까. 성희롱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도 아기 생각이 있어서 주변에 임신하면 어떻게 되냐고 많이 물어보고 다니긴 했는데요. 다들 잘 모르시더라고요. 제조일이라는게 임신하면 퇴사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저는 임신하고도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원했거든요. 출산하고 휴직하고 돌아와도 다시 일할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여기는 그게 가능한지 확실하지 않은거 같아요.
# 힘을 모으는 일에 함께 하자
여성조합원들 중에 나는 가입은 했지만, '앞에 나서는 건 조금 그래'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혼자 뒤에 빠져있는 것보다는 뭉쳐서 같이 힘을 모으면, 그게 나서는 거라기보다는 힘을 모으는 거니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여성들도 같이 힘을 모아서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어요.
또 우리회사 조합원 말고 다른 회사 분들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함께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그런 자리가 생기면 같이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