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북 | #2 여성조합원 인터뷰 - 대의원 1순위 한송희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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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충북지부관리자 작성일23-02-14 00:10조회3,0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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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8여성의 날을 앞두고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여성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현장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더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
대한이연지회에 여성조합원 인터뷰를 요청하니, 대의원 시켰으면 하는 조합원이 있다며 한 조합원을 추천받았습니다. 만나서 이야기 나누니, 대의원이 된 모습이 상상되서 두근두근했답니다. 언젠가는 대의원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 인터뷰해보고 싶은 한송희 조합원을 소개합니다!
# 두 번째 만남, 대의원 1순위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대한이연지회 조합원 한송희”
# 다달이 빠지는 돈, 그 든든함
대한이연은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 링을 제조하는 업체예요. 저는 제품 창고에서 AS 부품을 포장해 나가는 일을 해요. 대한이연이 세 번째 직장인데, 일한지 10년 정도 됐네요. 타지방에서 일하다 대전에 와서 일하게 됐는데 그 당시는 대한이연이 급여조건이 좋았어요. 그렇게 일하다 보니 지금까지 일하게 됐고요.
저는 27살에 대한이연에 왔는데, 오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아예 무지했으니까 거부감이랄까 그런 것도 특별히 없었죠. 여기 와서 노동조합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가입하게 됐는데, ‘이게 도움이 될까’ 의문도 많았어요. 솔직히 월급에서 다달이 빠져 나가는 돈이 있으니까 그만한 역할을 하는 걸까 싶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기대도 하게 된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 있어서 좋았던건 임금 관련해서나 불편한 점이나 그런 부분을 해소하는데 확실히 노동조합에 이야기하면 회사에 전달되는게 훨씬 빠르더라구요. 그냥 윗선 분들한테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회사 측에서도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빨리 조치해주더라고요. 노동조합의 힘이 느껴지죠. 그런 곳이 나를 대변해준다고 하니 든든하고 좋았어요.
# 무너진 신뢰와 회복
그런데 노동조합이 항상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지만은 않더라고요. 전 집행부때 매연기관 감소니, 코로나19니 하면서 사측이 강하게 나왔나봐요. 그래서 그런지 전 집행부는 뭔가 필요한 것들을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더라고요. 제가 하도 뭐라고 하니까 나중에는 찾아오지도 않더라고요. 제가 노동조합 일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도 돈을 내고 있는 조합원이니까 이야기 할 권리는 있잖아요. 노동조합이라는 것 자체가 조합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해야되는데, 분명히 여성조합원들 얘기도 말씀을 드리고 했는데도 전혀 반영이 되지 않더라고요. 뭐 그분들도 열심히 하신다고 하셨겠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었어요. 나중에는 그런 생각도 안한거 같아요. 그냥 있으나 없으나 똑같은 거 아닌가 싶고. 너무 실망을 많이 해서 나중에는 저도 말을 안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집행부가 들어오고 나서는 꾸준히 조합원들 만나고, 여성조합원 간담회도 여셔서 이야기 들으려고 하시더라고요. 오셔서 이것저것 대신 회사에 말해주겠다고도 하시는데, 그렇게 신뢰가 빨리 회복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 오셔서 “송희야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물어보세요. 오셔서 잔소리만 듣고 가시는데도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이나마 다시 믿어봐도 될까 싶기도 해요.
# 침묵 속, 건방진 외침
여성조합원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하면, 거의 조용해요. 현장에서 쉬는 시간이 10분밖에 안되니까, 다른 현장에 계시는 분들하고는 서로 친분있게 지내지는 못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왜 아무말도 안할까 생각해보면, 처음에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저건 아닌 거 같아요.”라고 말해서 뭔가 바뀌었으면 저분들도 당연히 말을 했겠죠. 그런데 변화가 없으니 이게 뭐 한번 두번 말해도 어차피 변하겠나 싶고, 나 하나 말한다고 바뀔까 싶고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여성이 인원수가 작다 보니까, 우리가 뭐 말한다고 얘기가 되겠나 싶고 여성조합원 목소리보단 남성조합원의 목소리가 더 많이 담길 수밖에 없다고 포기하신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말을 잘 못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뭔가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아닌 거 같은데.’ 이런 마음이 누적이 되다 보면 한 번은 터지더라고요. 처음 한 번이 어려운 거지 한 번 하고 나니까 자꾸 불만이 생겨났어요. 막상 하고 나니 속도 시원하고, ‘말하니 개선이 되는구나. 그럼 다음엔 이걸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 긍정적인 경험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의 행동이 변화를 일으키는 경험들이요.
그래서 사실, 다 20년 25년 되신 분들 앞이라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좀 이렇지 않나요.’ 하면서 이야기를 다시 꺼내게 되더라고요. 제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예요. “지금도 괜찮은데 굳이 뭐하러 해. 아유 괜히 또 시끄럽게. 왜 이렇게 나서. 젊은 애가 얼마나 안다고.” 이런 이야기가 들릴것 같아서 겁이나요.
# 움직일 힘이 필요해
그래서 그런지 지회장님이 “송희야 대의원 한번 해봐. 여성 대표로 나와봐라.”하세요. 그러면 저는 “제가 대의원하면, 지회장님이 힘드실걸요.” 하면서 웃어 넘기죠.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해도 저도 직원이잖아요.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요. 제가 일하는 공정은 완전 현장이라기 보다는 약간 사무직과 섞인 애매한 위치예요. 그러다 보니 부담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 들어보면 제가 간부로 있다고 해도 회의나 뭐 했을때 여성이 목소리를 낼 만한 타이밍은 보기가 힘들다고 해서요. 그래서 그냥 그러다 말았었거든요.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만약에 ‘아니 여성 차원에서 이건 좀 신경 써 줘야 되잖아요.’ 했는데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지.’ 이렇게 돼 버리면 그냥 묻혀버리는 거니까요. 그래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네요. 나 하나 있다고 되는게 아닐거 같아서 말예요. 그래도 언젠가는 또 저를 움직일 무언가가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 내가 진급되지 않는 이유
대한이연에서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유로 크게 차별하는 건 없어요. 제가 처음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 회사에서 여성, 남성 임금 차별을 없앤다던 시기에 들어와서인지 딱히 차별받았다는 느낌은 못받았어요. 물론 지금도 남성과 여성이 일하는 공정이 달라서 임금에 차이가 있긴 해요. 그래도 남성들이 하는 일이 힘이 더 들어가는 부분이 있으니까 더 받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 회사만 그런지 아니면 다른 데도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진급은 여성보다는 남성들 위주로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직책도 직책이고, 돈도 돈이지만 사람이 뭔가를 맡으면 책임감이 생기잖아요. 물론 돈이 안중요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요.(웃음) 저도 10년, 물론 다른 여성분들에 비하면 적게 일한거지만, 11년 차인데 저보다 늦게 들어온 남자 직원이 더 빨리 진급하면 '이건 뭐지? 여자라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똑같은 현장직으로 들었는데 왜 그런 거지 싶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누군가는 듣는다
여성조합원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자면, 그냥 제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조그마한 소리라도 불만이 있고 불편한게 있으면 이야기 하는게, 말이라도 던져보는게 어떨까 해요. 진짜 조그마한 거라도 작은 목소리라도 한 번이라도 내면, 누군가는 듣겠죠. 듣는 사람이 생기겠죠. 그러니 일단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