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북 | #6 여성조합원 인터뷰_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여성부장 (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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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충북지부관리자 작성일23-04-05 10:39조회2,9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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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8여성의 날을 맞아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여성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현장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더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
우리 지부 내 유일한 여성 다수 사업장인 현대오토넷사내하청지회 여성 부장님을 만났습니다. 여성조합원이 많은 사업장이고, 여성간부님을 만난다고 하니 기대와 설렘, 걱정이 많았는데요. 차분하고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제 마음도 편안해졌답니다. 다음에 또 자리를 만들어서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요! 그럼 연선희 여성부장님을 소개합니다^^
# 여섯번째 만남,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여성부장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현대오토넷사내하청지회 연선희(우) 여성부장
안녕하세요. 저는 진천 오토닉스에서 일하고 있는 연선희라고 합니다. 오토닉스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오디오를 주로 만들어요. 전에는 에어백관련 부품도 만들었는데 지금은 주로 오디오를 만들고 있어요. 저는 생산관리팀에서 자재관리를 하고 있어요. 생산 라인이나 외주로 나가는 자재를 챙겨주고 입고 확인이나 문제되는 부분들을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오토닉스는 친구 소개로 21살에 들어왔어요. 소개했던 친구는 지금은 다니지 않는데, 저는 18년이나 다녔네요. 처음에는 품질 관리팀으로 들어와서 일하다가 애기 낳고 지금 자재과로 복귀해서 계속 일하고 있어요.
#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여성부장
제가 입사할 때는 노동조합이 없었어요. 그러다 나중에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노동조합 만든다고 했을 때는 원래 없던 노동조합이 생긴다고 하니까 생소하기도 하고, 이게 뭐하는 곳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노동조합이 생기면 노동자들이 보장받는 것도 많아지고, 권리도 펼칠 수 있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그렇게 10년 넘게 우리 권리 보장해준다고 하니 가입은 되어있었지만 제가 직접 활동한 것도 없고, 그냥 이야기만 전해듣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3년 전에 지금 지회장님이 노동조합에서 여성부장으로 함께 활동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어요. 애기 낳은지도 얼마 안되고, 이런데 문외한이어서 좀 힘들다고 했죠. 그래도 계속 적극적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선거할 때 제가 믿음을 줘서 함께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말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오랫동안 회사생활 하면서 사람한테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나봐요. 그러다 여성부장을 덜컥 맡게 됐네요.
이전에는 우리 노동조합도 남성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어요. 현장에 2/3가 여성인데 노동조합에 여성이 많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지회장님이 여성 비율을 많이 늘려야 된다고 하면서 여성부장도 5명 세우고, 대의원도 여성을 많이 늘렸어요. 여성 간부 수가 많이 늘어나니 여성 노동자들이 궁금한 부분들을 조금 더 편하게 간부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여성부장을 맡으면서 현장 분위기나, 조합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노조에 이야기 해주고, 또 노조가 전할 이야기는 전하면서 중간에서 서로서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일하고, 아이키우면서 활동하는 거라서 특별한 활동을 따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 해보지는 못했어요. 앞으로 지부가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계획하면 참석해보려고 해요.
# 기억에 남는 일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건 저희가 서울에서 집회하고 행진을 하는 날도 많이 있잖아요. 그럴 때 사람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욕 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실때가 있었어요. 그 경험을 하고 나서 기사가 나거나 하면 댓글을 한번씩 보게 되더라고요. 댓글도 부정적일 때가 많아서 집회 가자고 하면 그런부분이 신경 쓰일때가 많더라고요. 저희가 누군가의 길을 막으니까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들리니까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저희도 잘 됐으면 좋겠고, 변화가 됐으면 해서 하는 건데 불편해도 조금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서울 집회에 가면 컷트 머리하신 여성(금속노조 권수정 부위원장)이 자주 마이크 잡고 말씀하시는데 그 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분 연설을 들으면 다른분 이야기보다 더 집중하게 되요. 말로써 사람을 잘 이끌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가끔 서울 집회에서 그분이 보이면, 그 분은 저를 잘 모르겠지만 ‘오셨네’ 하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사실 집회에 가면 저희 사업장도 그렇고 대부분 남성들인데, 그 곳에서 권수정 부위원장님이 당당하게 막힘없이 말하시는 모습을 보면 같은 여성으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 노동조합이 가져 온 변화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보다 확실히 좋죠. 보통 상사한테 부당하다고 느끼잖아요. 그러니 대리나 관리자들한테 아무리 말해도 잘 듣지도 않죠. 그냥 우리끼리 속상해하고 마는거였는데, 노조한테 말할 수 있잖아요. 잘 들어주니까요. 또 현장에도 한번 와주고, 실제로 변화가 되기도 하니까 좋아요. 임금도 많이 인상됐고, 지금 고용이 안정되고 있는 것도 노조가 있어서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많이 흘러가서 이제 노조는 다 있어야 된다고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어요.
# 엄마, 여성, 노동자
저희 큰 애가 지금 12살이니까 그때만 해도 애 키우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죠. 저 말고도 애 낳아 키우는 사람은 다 눈치볼 때였어요. 애들이 어릴때는 자주 아프잖아요. 그러면 급하게 나가야되고, 다음날 또 휴가 써야 하는 상황도 많은데 그럴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또 아침에 통근버스 타고 출근하려면 일찍나와야 하니까 그 부분도 힘들었죠. 저는 주간만 일하는데, 2교대, 3교대 하던 분들도 일하면서 애들을 다 키우더라고요. 저녁에는 신랑한테 맡기고 낮에는 와서 애들 준비해서 보내고 자면서 말예요. 둘째는 6살인데, 첫째 키울때보다는 육아휴직 쓰거나, 휴가쓰는 부분들이 조금 더 나아지기는 했어요.
또 전에는 듣기 불편한 말들도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 한번 성희롱 사건이 신고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리가 잘 됐거든요. 그 사건이 본보기가 되서인지 그 후로는 다들 조심하더라고요. 또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소리함’ 같은걸 운영해서 수시로 의견을 듣고 하니까 사내 분위기가 많이 개선됐어요. 이제 여성들도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의사도 표현하고요.
급여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관리자들하고만 차이가 난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남성들은 기계를 고치거나 자재를 날라주는 일을 하고, 여성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니까 진급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있어요. 여성들은 진급의 개념이 없거든요. 조장이 될 수 있는데, 조장이 되면 조장수당을 조금 더 받아요. 남성들은 기사, 기사보 이런식으로 진급이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함께 참여해서 변화를 만들자
어디가도 여성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부담 갖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집회 현장에 가면 남자화장실만 있고, 여자 화장실도 없잖아요. 더 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오고, 서로 얼굴도 보고 인사도 나누면서, 우리의 목소리로 함께 변화를 만들면 좋겠어요.
인터뷰 날짜 :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