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HD현대중공업 중대재해 관련 노동조합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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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변인 작성일26-04-11 17:24조회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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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쇳덩이 속에서 스러져간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HD현대중공업의 살인적 안전불감증을 강력히 규탄한다!
대한민국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건조된 잠수함이, 정작 그 안에서 땀 흘려 일하던 대한민국 국민인 노동자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했다.
지난 4월 9일(목) 13시 35분경, HD현대중공업 함정사업부 잠수함 공장 내 창정비 중이던 P971 호선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 후 이어진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고 이○○ 노동자는 수차례의 난항을 거듭한 구조 작업 끝에 결국 4월 10일(금) 싸늘한 주검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비통한 심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앞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 아울러 동료의 죽음 앞에 분노를 억누를 수 없으며, 이번 중대재해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구조 과정에서의 총체적 부실을 다음과 같이 규탄한다.
예견된 인재, 잠수함의 구조적 위험을 방치했다. 잠수함은 화재 발생 시 대피가 극도로 어려운 폐쇄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측이 작업 현장의 안전 대책을 어떻게 세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해당 사고 위치는 밀폐구역으로 2인 1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원인은 철저히 조사되어야 마땅하나, 대피 경로 확보와 비상 상황 대응 체계가 전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사고는 명백한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매뉴얼조차 없는 구조 작업은 또 다른 사고와 인명 피해를 불렀다. 이번 중대재해의 구조 과정은 처참했다. 잠수함의 특성상 내부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협소하기에 구조 작업은 더욱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더군다나 잠수함뿐만 아니라 납축전지 배터리를 취급하는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조차 없어 초기 단계 소화수로 화재 진압을 시도하여 전기 쇼트가 발생하는 등 2차 사고의 위험까지 초래했다. 노동자의 생명을 구해야 할 현장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아닌 자본의 편에 서 있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해당 잠수함 외 2척에 대한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정비 작업에 한하여 부분 작업 중지를 강행했다. 이번 사고는 창정비 작업 중 화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발생하였다. 화재와 폭발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작업만 제한하고 나머지 공정을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하라는 것은 동료의 죽음을 목도한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죽음을 각오하고 현장에 들어가라는 살인 명령과 다름없다. 국가 기관이 자본의 생산 일정에 맞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오판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나타난 경악스러운 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권력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하여 또다시 분노를 일으켰다. 실종된 노동자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절박한 상황에서, 울산동부경찰서는 유가족에게 부검을 강요하며 사건 종결을 서둘렀다. 이는 사랑하는 아내를, 부모를 잃을 위기에 처한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이자,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공권력이 국민을 향해 2차 가해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다.
다시 한번 우리는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조선소 중대재해 사망자의 다수가 하청노동자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10년간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를 살펴보면 총 34건의 사고 중 22건의 사고가 하청 및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에 내몰리면서도, 제대로 된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표준작업지도서도, 실효성 있는 위험성 평가도 부재한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은 매일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하청으로 떠넘기는 구조가 결국 고인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번 중대재해는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비극이기에 오늘도 목놓아 외칠 수밖에 없다. “하청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 일하러 온 노동자가 주검이 되어 나가는 비극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 HD현대중공업 자본에 경고한다.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는 현중지부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고 이○○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현장의 모든 위험 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끈질기게 투쟁할 것이다. 정부와 수사 기관에 요구한다. 이번 사고에 대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잠수함 건조 및 정비 현장의 안전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6년 4월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 문의: 금속노조 현중지부 정책기획실장 김종대 010-2924-33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