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약자지원법은 권리박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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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변인 작성일24-11-26 13:10조회1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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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약자지원법은 권리박탈법
울타리 밖 노동자는 근기법, 노조법이란 울타리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동 약자 지원법’은 권리가 취약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등 노동법 울타리 안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는 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부여를 더 어렵게 하는 법이다. 이것은 ‘노동 약자 지원법’이 아니다. ‘약자 지위 고착화법’이자, ‘권리 박탈법’이다.
과거 비정규직법은 불안정 노동을 양산했고, 파견법은 불법파견 간접고용을 확대했다. 약자지원법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약자’로 묶어 이들을 따로 관리,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틀렸다. 기존 법과 제도가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생기면 이들을 보호하도록 기존 법과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 국제사회가 그렇게 하고 있다. EU는 지난 4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추정하는 방향으로 입법 지침을 마련했고, 미국 미사추세츠주는 지난 8월 우버·리프트 등 플랫폼 노동자에 최저임금, 산재보험 등을 보장하기로 했다. 국제사회가 기존 사회안전망 안으로 비정형 노동자를 포섭하는데 한국만 딴판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차별 해소에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접근은 차별 해소에 있지 않다. 오히려 차별을 유지하고, 차별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국가가 미시적으로 개입 가능한 접점들만 만들었다. 법률상담, 컨설팅, 경력 관리, 표준계약서 마련, 분쟁조정위원회 따위가 그렇다. 이는 겉핥기식 행정, 사후약방문에 해당한다. 정부·여당이 ‘약자’로 지칭하는 작은 사업장 및 플랫폼 노동자가 겪는 문제는 사회보험 미적용,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 초과 노동 수당 미지급, 연차 휴가 미비, 부당해고, 사용자 찾기의 어려움 등이다. 모두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등이 특정 노동자를 배제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기존 노동법을 ILO 기본협약에 따라 바꾸고 배제된 노동자를 다시 인입해 사회적 안전망을 누리도록 하는 게 맞다.
정부·여당은 ‘약자지원법’이란 이름으로 당론을 밝혀 노동계가 요구하는 근기법 전면 적용, 노동자성 인정 등에 거부할 명분을 만드는 모양새다. 약자지원법을 빌미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미루거나, 노조법 개정을 더 완강히 거부할 공산이 크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핵심으로 하는 노조법 개정안에 정부·여당이 두 차례나 거부하고 거대한 비난 여론에 직면하니 부랴부랴 껍데기 제정안을 들고 온 꼴이다. 그러니 금속노조가 해당 제정안을 용인할 이유가 없다.
다시 강조한다. 권리가 취약한 노동자에게는 ‘권리 부여’가 필요하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3권과 기타 권리를 부여해야 ‘약자’라는 지위를 벗어날 수 있다. 신분 제 사회가 아닌 한국 사회에서 ‘약자’라고 불리는 계층이 존재해선 안 된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헌법이 노동3권 등 기본권을 명시하는 거다.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받는 ‘일하는 사람’은 노동조합으로 뭉치고, 진짜 사용자와 교섭해야 열악한 처우를 벗어날 수 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및 프리랜서 노동자,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는 ‘불쌍한’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은 노동기본권 보장의 대상이다.
금속노조는 산업단지 및 영세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미조직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지금도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권리를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혐오’에 빠진 국민의힘이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노동자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제정안을 거두고, 근본적으로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노조법 개정에 착수하라.
금속노조는 일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사회적 안전망에서 차별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다.
2024년 11월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