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예견된 ‘죽임’
이윤을 위해 노동자 안전 철거한 능원금속공업은
노동자 죽음 사과하고 안전대책 즉각 이행하라


추석 연휴를 불과 하루 앞둔 2024년 9월 13일 아침 6시 50분경 능원금속공업에서 한 명의 노동자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고된 노동을 잠시 쉴 수 있는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아침이었습니다.

높이 185cm, 너비 110cm의 완제품을 적재한 지게차가 재해자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말았습니다. 지게차 운전자는 전방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적재물을 싣고 한쪽만 볼 수 있는 카메라에 의지한 채 운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전자는 지나가는 재해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재해자는 보행자 안전통로가 없어 지게차가 수없이 드나드는 도로를 건너야 했습니다. 한 명의 신호수조차 없었습니다. 예견된 ‘죽임’이었습니다.

능원금속 공장은 어디에도 보행자와 지게차의 동선을 구분하는 안전선이나 경계석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지게차가 앞도 보지 못한 채 운행되고 있지만, 지게차 운행과 관련한 안전수칙 한 줄도 없습니다. 한때 보행자 통로를 설치한 적이 있었으나 적재 공간 부족을 이유로 보행자 안전통로를 철거했습니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철거한 것입니다.

사고가 일어나고 불과 6시간여 만에 사측은 ‘능원 지게차 교통사고 관련 업무지시’를 내렸습니다. 응급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있던 재해자가 사망하기도 전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부족해 발생한 산업재해를 교통사고라 부르며 지게차 전후방 카메라 설치 여부와 작동상태 점검, 지게차 카메라 양측 설치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책도 문제지만 사측은 지게차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신속한’ 업무지시입니다.

능원금속공업은 1년에 130건이 넘는 산재가 발생하는 산재 다발 사업장입니다. 그동안 금속노조는 수도 없이 사측과 노동부에 안전대책 수립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격이었습니다. 아무런 안전조치가 없었습니다. 사측의 부작위는 결국 소중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노동자 생명과 안전까지 이윤을 위해 팔아넘기는 파렴치한 사측과 이를 알고도 관리 감독의 책임을 방기한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의 공범입니다.

금속노조는 이번 사고를 계기 삼아 재해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투쟁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말로만 안전조치 운운하며 대충 넘어가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경기북부지역지회 능원금속분회 요구사항>
- 능원금속은 안전대책 즉시 이행하고 이행 완료에 대한 산보위 의결 시까지 작업 중지 유지하라
- 능원금속 경영책임자는 지게차 중대재해 사망사고 공개 사과하라
- 능원금속은 각 단위 노조의 산보위 참여를 보장하라
- 능원금속은 사고 목격자, 수습자, 유사 작업자에 대한 온전한 트라우마 치료 보장하라

2024년 9월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