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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와 비노조 어떻게 다를까? > 소식지/선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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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와 비노조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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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지부 작성일13-10-23 12:44 조회3,561회

본문

 

 

우린, 어디에 머물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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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부인, 냉정

 

삼성그룹 최초로 그룹차원의 노조파괴문건이 폭로된 이후, 그 반응들은 몇 가지로 엇갈린다.

첫째는 당사자인 삼성의 반응이다. 처음에는 문건을 인정했다가 지금에는 아예 부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왜일까? 만약 문건을 인정하면 줄 소송을 당할 것이라는 점이 뻔하다. 따라서 부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은 이 문건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매우 냉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역시 삼성이다. 물론 속으로는 난리를 떨면서 문건의 유출통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소식통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무딘 노동운동

 

둘째는 노동조합의 반응이다. 삼성지회나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들은 당연히 예의주시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반응은? 글쎄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면, 문건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만드는데 기민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기민하지 않다. 금속노조는 지도부의 선출과 사무처의 개편시기라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과연 이 무딘반응을 설명할 수 있을까? 오히려 몇몇 시민단체가 먼저 시민단체의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수동적 자세를 보여 왔다. 이건 단지 지도부개편시기를 핑계로 가릴 수 없는 뭔가의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확장시켜야 할 삼성노동권운동

 

셋째는 시민사회나 언론의 반응이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SLW)는 삼성을 타겟으로 하니 당연히 발빠른 반응을 보이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 공대위도 이 논의를 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반향과 확산은 더 지켜보고 또한 확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동권의 확장을 그토록 집회나 토론에서 떠드는 것 보다 이런 계기를 활용하여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은 유럽, 중국, 남미 등에서 노동문제로 법적 시비에 휩싸여 있다. 앞으로 이는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수준에서 삼성의 문제를 이슈화할 필요가 있고 그 핵은 한국이다. 또한 삼성문건폭로를 계기로 국회차원의 청문회사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강력하게 이슈화하고 이를 계기로 각종토론회, 언론기고, 법적 대응조치들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비노조?

 

반응이나 대응은 이후에도 논의하면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삼성의 노조관리방식을 드러내주는 문건에 대한 자세한 해부를 이 글을 통해 할 일은 아니다. 문건에 나온 내용들은 해당노동자들과 노조, 금속노조, 법조계,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함께 연대해서 문건의 내용이 구체적 실체로 실행되었다는 근거들을 취합해서 법소송 등을 하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해부될 것이다.

다만 왜 삼성은 무노조가 아니라 비노조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까? 문건에서도 밝히듯 사실 삼성은 무노조의 영토가 아니다. 삼성 8개사에는 이미 노조가 있고 19개사에는 노조가 없다. 노조가 있는 8개사의 경우에는 삼성생명이나 증권 등 이미 노조가 있는 곳을 인수하면서 그냥 노조가 존립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노조간부란 그냥 승진을 위한 발판정도로 활용될 뿐 사실상 노조가 아니다. 복수노조제도에 따라 미리 알박기노조를 만든 곳들도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에 있는 노조는 노무관리를 위해 협조해주고 승진기회는 얻는 곳, 노조를 막기 위해 알박기 노조가 있는 곳, 에버랜드처럼 노조가 있지만 소수노조로서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한 곳 등이 있다. 이렇게 노조가 있지만 사실상 삼성안에서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 따라서 노조가 있지만 노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노조다. 삼성은 비노조전략을 통해 노조가 있되 노조가 아니도록 만들어버린다. 문건에 나온 것처럼 에버랜드의 삼성지회는 그룹의 총력을 다해 소수노조로 묶어두면서 무력화, 고사(枯死)화 시키고 있다.

 

 

과연 삼성만?

 

비노조 전략은 과연 삼성만의 전략이고 삼성그룹의 현실에서만 드러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시대에 노조이지만 노조가 아닌 곳은 삼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조가 있지만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는 대신 자본의 품에 안긴 노조는 한둘이 아니다. 삼성은 노조가 필요 없도록 직원의 처우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이건 삼성만의 전략이 아니다.

한국의 노조운동은 한국노총과 어용의 시대를 지난 민주노조운동의 시대를 맞았지만 지금은 민주노조 중에 사실상 비()노조인 곳이 너무나 많다. 따라서 한국의 노조운동은 제 3세대의 대안노조운동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들은 지속된다.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노년유니온, 예술인소셜유니온을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노조들이 탄생하고 있다. 비록 웅대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했지만 일반노조가 되기에는 너무나 특수한 지역, 업종 일반노조운동도 그 시도들의 하나였다. 기존 노조 안에서 변혁산별” “계급적 산별등 빛바랜 레퍼토리가 반복되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노조의 상을 실현하는 사회운동노조주의자들도 있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협동조합에 쏠리는 사람도 있지만 희망연대노조와 같이 새로운 노조의 모델과 조직형태를 만들어 도전을 하는 노력도 있다.

 

,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비노조의 시대에 과연 민주노조라는 다 떨어지고 헤어진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고 해서 결사투쟁을 통해 지켜야할 만한 진짜노조가 몇이나 될까?

노동권을 위한 수많은 시도들에 비춰 볼 때에 삼성에 맞선 투쟁은 힘들다. 어렵다. 두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떤 계기보다 훨씬 더 상징적이고 광범위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에 맞선 투쟁이 진행되는 오늘, 병가지상사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없는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아침, 긴 출근길을 따라 오면서 끝없이 되물으면서 자기성찰에 휩싸인다. 가을 하늘에 다만 이렇게 기도할 뿐.

 

제발, 새로운 시도들 앞에선 우리가 여전히 낡은 고집, 편견, 관성,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낡은 물들을 전파하는데 머물지 않게 하소서.’

 

119~10일 노동자대회,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며

우리 마음으로 함께 하자.

2013.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