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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이야기 - 호모 파베르의 인터뷰 > 소식지/선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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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이야기 - 호모 파베르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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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지부 작성일16-04-18 09:03 조회1,7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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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노동자임에도 ‘노동 문제’라면 파업이나 농성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 노동자들은 각각의 얼굴과 표정을 잃고, 숫자로만 표시된다. 연극 연출과 극작을 하는 이양구(41)씨가 노동자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 <호모 파베르의 인터뷰>(제철소 펴냄, 1만5000원)를 써냈다.


2012년 안산 차부품업체 SJM 노조    
회사의 ‘직장폐쇄’ 맞서 59일간 투쟁
용역깡패 2000명 동원해 ‘피의 난동’   
지난해 노조원 30여명 생애사 인터뷰
“노동자마다 역사·세계 지닌 사람”    
공단 아이들 대부분 ‘단원고생’ 친구


책에는 그날 벌거벗은 폭력 앞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용기와 서로에 대한 굳은 신뢰, 회사에 대한 배신감 등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서울 상암동에 용역 2000여명이 집결한 뒤 그 가운데 200여명이 이 회사로 몰려와 노동자들을 몰아내는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이씨는 안산의 노동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세월호 문제와 연결돼 있음도 새로 발견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노동자 이용호씨의 큰딸은 1순위로 단원고에 지망했다가 다른 학교로 배정됐다. 큰애 친구들이 많이 세상을 떠났고,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친구는 이따금 밤늦게 이씨의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잠도 잔다. 아빠는 딸에게 노조에서 배운 대로 “가난하거나 어려운 처지의 친구를 도와라”라고 한단다. 책 곳곳에 이런 흔적이 흩어져 있다. 이씨는 “서울의 학부모는 상상도 할 수 없을 텐데, 안산 쪽 아이들은 초등학교·중학교 친구로 모두 연결돼 있다. 모두가 반월공단 노동자의 자식들인 셈”이라고 했다.


저자가 직접 만나 듣고 기록한 노동자 아홉 명의 인터뷰와 그 과정에서 길어 올린 인물 에세이 여덟 편이 실려 있다. 저자는 매일같이 서울과 안산을 오가며 서른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만을 묻진 않았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지금껏 무슨 일을 하며 먹고살았는지, 식구는 몇이며 자식들은 어떻게 컸는지 같은 어찌 보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을 다시 한 번 나직이 되뇌었다.


특히 여덟 편의 인물 에세이는 마치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직장폐쇄 때 홀로 망루에 올라 들어갈 수 없는 회사 안을 건너다보는 슬픔, 어린 시절 탱자에 유자를 접붙이던 기억, 매일 출근길에 지나치는 단원고등학교의 풍경 등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쓴 여덟 명 노동자에 관한 에세이는 오직 인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우아함을 보여준다.


사측의 용역 투입이라는 큰 상처를 딛고 다시 묵묵히 작업대 앞에 선 그들이 ‘우리 회사’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또 잃었는지를 담담하게 들여다보는 이 책은 “나는 희곡을 쓰는 작가라서 ‘백서’를 만드는 일에는 관심도 자신도 없었다. 그러나 그 사태를 겪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관심이 갔다.”는 작가의 말처럼 회사와 맞서 싸운 어느 노동조합의 투쟁사이기 이전에 그들 각자가 지닌 성격과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생애사, 그리고 그들이 타인과 맺고 있는 촘촘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한평생 손에서 ‘도구’를 놓지 못하는 운명을 지닌 우리, 호모 파베르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