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표니? 난 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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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지부 작성일12-03-13 04:46 조회2,358회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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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껍 씹는 소리 좀 하자.
선거의 계절, 온갖 언론들과 소셜네트워크에 선거에 대한 얘기가 넘친다. 세상은 온통 선거를 둘러싼 표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올해 내내 사람들은 표를 둘러싼 경쟁 속에 파묻힐 모양이다.
이럴 때면 은근히 화가 난다. 선거라는 링은 확실히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뛸 만한 장소일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선거의 링은 낮선 장소다. 죽어라 일하면서 생존에 허덕이는 판에 선거나 정당이나 정치가 가까울 리 없다.
“참여하라고? 웃기고 있네,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뭔 참여란 말이여?”
“아닙니다. 그러니까 맨 날 이 모양인거예요. 선거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단 말입니다.”
“ 된장! 선거를 그토록 많이 했지만 뭐가 달라졌단 말입니까”
“ 선거는 많았지만 참여가 없었잖아요”
“ 쓰발, 참여가 애초에 불가능하잖아요. 사람들에게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 치게 해놓고 무슨 참여란 말이여. 참여 불가능하게 해놓고 참여하라는 이러 우라질 개소리가 어딨어?”
그렇다.
정치계급들이 그러지 않았던가. “최대 다수의 최소 참여”가 유권자에게 표만 받고 실제로는 지들 이익을 챙기는 정치계급들에게 장땡이다. 어라? 그런데도 참여를 얘기하는데? 정치계급들이 뭔가 달라진 것 아닌가?
선거제도가 이거 아니던가. 보통, 직접, 비밀무기명투표다. 보통이란 곱빼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너는 두 표 찍고 나는 한 표 찍는 게 아니고 성인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한 표 씩 던지는 거다. 누군가 대신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내가 하는 거다. 누구 찍었다고 해꼬지 못하게 비밀에 붙여준다.
햐~ 이거만 보면 쥑여 주는 제도 아닌가. 참여가 보장되어 있지 않던가.
이런 우라질. 이게 뭔 뻔드르르한 헛소리란 말인가. 누구나 후보나 나설 수 있어야 하는데 노동자가 나서려면 직장은 어쩌란 말인가. 선거자금은 또 어쩌구. 좋아 후보는 안된다고 치고 그럼 정당활동이라도 평소에 할 수 있어야지. 하지만 누가 막아? 막지 않아. 그냥 먹고 살기위해 발버둥치지 않으면 생존이 개떡같을 뿐이지. 그러니 제도로 참여를 막는 적은 없거든. 그냥 능력이 안되니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는 놈은 그냥 평소엔 닥치고 노동이나 하라는 거지.
그리스로마 시대가 따로 없다. 노예들은 그냥 일이나 하는 거다. 귀족이나 시민으로 취급되는 그래도 좀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정치를 하는 거다. 노예가 뭔 정치란 말인가. 노예의 임무는 그냥 닥치고 노동이나 하는 거다. 이런 노예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그야말로 능지처참할 짓이 아니던가.
아니지. 노예가 정치를 하는 방법이 있다. 반란을 일으키는 거다. 스파르타쿠스가 그런 것 처럼, 만적이 그런 것처럼. 노예의 정치는 그렇게 하는 거다. 현대의 노예들이 정치하는 방법은 거리에서 시위하고 회사에서 파업하는 거다.
킬킬킬.. 하지만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겨우 9.8%고 그 중에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도 파업 못하고 맛 간 노조 빼면 과연 파업할 노동자들이 2~3%나 될까? 이런 판국에 파업하려면 목숨은 아니더라도 해고는 각오해야 한다. 거리에서 시위한다고? 그거 뭐 한둘이 해서는 씨알도 안 먹힐 거고. 떼거지로 모으려면 뭔 조직이라고 있어야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것도 없다. 그러니 닥치고 노동을 하든가, 아니면 닥치고 투표를 하라는 거다.
너무 따지지 말자. 참여 그거 무지 쉽다. 닥치고 노동이나 하다가 그냥 투표 날에 표 찍어서 투표함에 넣으면 되는 거다. 이런 쉬운 참여를 마다하면 되겠는가.
아! 열 받는다. 반란의 계절은 아니고 그냥 선거의 계절인거다. 착각하지 말라는 거지. 좋다. 그럼 민주통합당이든, 통합진보당이든 암튼 투표는 그날 가서 선거구 꼬라지 보면서 그냥 똥누리당 빼고 찍으면 된다. 찍는 것만 하지 말고 선거운동이라고 하려면 잔업까지하고 주말특근까지 해야 하는 마당에 무슨 쥐 뿔 났다고 그렇게 열성적으로 뛴단 말인가.
잡소리 길어 졌다. 투표 날엔 투표하자. 그렇다고 뭔 당에 가입해서 죽어라 선거운동 할 처지도 아니다. 그렇다면?
얘네 좀 봐. 투표로 말하기 전에 껌으로 말하거든. 수원역에 나와서 뭔 선전물로 나눠주고 껌도 주거든.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자들이 하는 매주 화요일 공동실천이다.
껌 껍데기에
“철도 민영화? 야, 안돼~”
“장시간 노동 아니아니 아니대요”
“정리해고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라고 써서 나눠주고 있어.
“ 된장, 이게 뭔 신기한 일이라도 돼? 이런 거,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어? ”
“그래 맞아. 술 먹다 보면 야리야리한 아가씨들 와서 껌하고 사탕주면서 서비스 잘 해 준다며 술집 홍보하잖아.”
“요즘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에 빵 터뜨리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이거야?”
맞다. 그래, 별거 아니다.
결국, 뭐 껍 씹는 소리를 하는 거다. 하지만 그날이 되면, 표만 찍는 것 보다. 이게 더 맘에 든다.
하나 씹어 봤는데 이 껌 맛 좀 다르다. 껌 맛이야 같은 회사에서 제조한 건데 뭐가 다르겠나. 이건 착각이다.
“ 그래, 난 이 착각이 그래도 행복하다.”
"넌 표로만 말하니? 난 껌으로 말한다. 어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