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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승리의 축제를 꿈꾼다.-북콘소식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기지부 작성일12-06-04 10:46 조회1,485회

본문

 

 

우린 승리의 축제를 꿈꾼다.

 

김치의 둔갑술

 

처음이다. 이런 시도. 노조가 지역시민단체들과 북콘서트를 열다니. 작년에 희망버스를 다녀오면서 지역의 참가자들이 가까운 곳의 노동자들 얘기가 나왔다. 경기지역의 오랜 투쟁을 하는 정리해고자들이 많다. 금속경기지부 소속만 해도 106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싸우고 있었다. 12월 김장을 담갔다. 모두들 좋았다고 했다. 지역 구술작가들이 인터뷰를 해서 언론에 알리는 작업이 같이 진행되었다. 한번으로 끝내선 안된다.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책을 냈다. 1000권, 책발간 북콘서트를 하기로 했다. 1,000권이 다 나갔다. 2쇄까지 찍었다. 하지만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 책은 그렇게 친숙하지 않다. 북콘서트는 더더욱 그렇다.

 

또 찬밥신세?

 

“앰프 사용불가”

장소를 실내소극장으로 할까, 좀 더 넓은 야외로 할까를 거듭 고민하다 아주대 노천극장으로 결정했었다. 학생들을 통해 장소를 빌렸는데 일주일 쯤 앞두고 들려온 소식이었다. 야외극장에서 앰프를 쓰지 못한다면 노천극장은 뭣 땜에 만들었단 말인가. 좀 지나니 다행히 앰프사용이 가능하단다.

“학교 측 장소사용불허통보”

이건 뭔가. 행사 이틀을 앞두고 들려온 소식에 캄캄하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대학이 쉽게 빌려준다 했다” 여러 얘기들이 나왔다. 경찰의 장난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 장소를 빌린 학생써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얘기들이 쏟아진다.

언젠가부터 공장의 노동자들은 대학캠퍼스와 거리가 멀어졌다. 과거 민주노조운동을 시작할 때 노동자 집회는 대부분 대학교에서 열렸다. 학생운동이 활발했고 노동자계급이 사회를 바꾸는 핵심주체라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어 있었다.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하는 ‘노학연대’가 강했다. 요즘 학생들은 취업경쟁에 스팩쌓기 등 생존경쟁에 놓여 있다.

“그냥 밀고 들어가자.” 그럴 경우 학생들은 얼마 힘든 상황에 놓일까. 행사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부담감과 미안함으로 사색이 된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차마 그렇게 하자고 할 순 없었다. “ 수원역으로 바꾸자” 조직된 사람들만 참가한다면 장소 바꾸는 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알렸는데 일방적으로 장소를 바꿀 순 없다. 분노와 막막함이 휩쓸기 시작한다.

“산 너머 산? 잊지 맙시다. 해고노동자들은 끝 모를 사막을 걸어왔습니다. 오아시스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힘겨워 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습니다”

북콘서트 기획단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 그대로 해고자들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오지 않았던가.

 

이건 또 뭐야!

 

학생들, 시민단체 등 다들 난리를 치고 있었다. 행사당일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다행히 교수님들의 노력도 있어서 장소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휴~ 그래도 사람이 있었다.

“교통사고 났어요”

<?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xml:namespace prefix = w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word" />이건 또 뭔가. 미리 무대를 준비하려 물품을 싣고 가던 트럭이 사고가 났단다. 다행히 큰 사고를 아니다. 하지만 이게 뭐람. 정작 오래전부터 걱정했던 날씨는 화창한데 문제들은 다른데서 펑펑 터지고 있다. 공장은 쌩쌩 도는데 해고된 노동자의 삶은 여기저기 터지고 있지 않던가. 아무리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하자고 했지만 참 우여곡절 많다.

사연들 뒤로 하고 무대가 완성된다. 7시 20분, 풍물패 꼭두가 등장해서 판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학생들의 율동을 하기로 했지만 할 수 없게 되었다. 급하게 달려오신 꼭두가 꼭두새벽처럼 판을 연다.

 

기껏 소원이 “평범한 일상”

 

주말전야인 금요일, 공장과 거리가 먼 대학교, 주로 온라인에 의존한 홍보, 이런저런 조직들의 참가자 조직점검한번도 없었던 상황, 얼마나 참가한 것일까? 시작될 무렵 한사람씩 세어 보기로 했다. 공연참가자들을 빼고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263명 까지 세었다. 나중에 오기도 하고, 시간이 늦어 가신 분들, 락밴드공연 때 더 참가한 분들은 굳이 헤아릴 필요가 없으리라.

쌍용차 해고자 고동민이 1부 사회를 이어간다. 동서공업, 삼성에버랜드, 시그네틱스, 파카한일유압, 포레시아, 한국쓰리엠 해고노동자들이 토크쇼를 시작했다. 연습 때는 말도 재밌고 자연스럽던 사람들이 역시 무대에 오르니 굳는다. 포레시아 저 우여곡절의 한복판에 있는 노동자 이병운이 말한다.

“ 내 소원은 평범한 일상입니다”

제기랄. 판검사도 복권당첨도 부자의 꿈도 아닌 누구나 누리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라니. 그 말에 박힌 숱한 사연들 생각나 멍해진다. 동서공업 해고노동자 황영수가 딱 자기신세를 담고 있는 “우유배달부 황씨”를 노래한다. 키타 못치던 키타공장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밴드, 콜밴의 공연도 이어졌다.

 

맞아요. 우리도 똑 같은 사람.

 

짧고 간결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거저거 하고 싶어 두 시간 계획한 행사가 더 길어질까 걱정 속에 성희영님의 사회로 2부를 시작한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어, 이 노래에 맞춘 율동을 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시그네틱스, 파카한일유압, 포레시아 노동자들이 율동을 시작한다. 역시 익숙한 노래와 서툴지만 친근한 해고자들의 율동에 호응이 터진다. 님과 함께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꿈은 ‘평범한 일상’ 보다 더 포부가 크다고 해야 할까. 삶에 대한 애착이 찐하게 묻어난다.

“작년에 한 김장을 올해까지 욹어 먹을 줄 몰랐다”는 희망김장과 북콘서트 기획단 안병주님, 승리의 소식으로 환호박수 받은 주연테크의 안준민, 노동자와 전혀 상관없이 구술작가를 하시는 김형아님이 간단한 토크쇼를 이어간다. 해고노동자와 그녀의 딸을 인터뷰한 김형아님이 말한다.

“ 노조나 노동자를 얘기하면 극단적인 모습을 생각했어요. 뉴스나 언론보면 늘 투쟁하거나 울거나 하는 그런 상황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만나보니 유쾌하고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이었어요”

노동자도 사람이다. 노조는 사람이 하는 거다. 이 평범한 얘기가 왜 이리 새삼스럴까.

 

와, 파워 쎄다.

 

행사는 마지막으로 달려간다. 모기도 달려들고 싸늘함도 느껴지고 밤도 깊어간다. 수줍게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 순서인 밴드들이 등장한다. 음악소리 커지니 뒤늦게 오시는 분들도 있다.

연영석 밴드가 노래한다. 삶의 애환을 담은 그의 노래는 너무 깊어 낯설지 않을까. 아는 노래가 나온다. 노동자의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 이 노래를 들을 때, “관절이” 아프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역시 아는 노래인 “간절히”를 부르니 함께 박수를 친다.

“허클 베리핀 알아요?” “알죠. 뭔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 이름 아니예요?”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하다지만 이 락그룹을 아는 노동자들은 별로 없다. 그들이 등장하니 소리를 지르며 젊은 친구들이 무대 앞으로 뛰어 나간다. 노래가 시작된다.

“우와, 쎄다.”

몇 곡을 쉼 없이 연이어 달린다. 뛰어나간 사람들은 밴드와 일체가 되어 소리 지르고 함께 뛴다. 선뜻 적응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좌석을 지킨다. 보컬이 스탠드를 돌지만 그래도 일어서지 못한다. 뛰어 나가진 못했지만 나름 몸을 흔드는 동료 옆 기아차 노동자가 툭 뱉는다. “ 아직, 허클베리 핀은 내 정서와는 거리가 멀어”

어쩌면 우리가 딱 이 모양이 아닐까? 학교의 노천극장은 전형적인 공연장이다. 무대와 관람석은 분리되어 있다. 무대 오른 공연자와 그들을 보는 사람들은 관객이 된다. 사회가 이렇다. 일터와 삶터는 분리되어 있다. 노동자는 노조를 만들고 싸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조와 거리를 둔 시민으로 살아간다.

우리 안의 벽들이 쌓여 있다. 사연 많은 해고자와 평범한 시민, 노동하는 사람들과 책, 공장과 대학, 점점 나이 드는 노조와 비정규직 알바 청년들, 뽕짝과 락, 투쟁가와 락밴드.

하지만 우리는 희망김장을 통해 재료를 섞고 버무리듯 다양한 사람들이 연대를 버무렸다. 책을 내서 알리는 것도, 지금 이 콘서트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든 것을 버무려 사람 꽃을 피우려 이렇게 모였다.

 

 

 

아쉬움 속 기쁨.

 

허클 베리핀과 한 몸이 되어 소리 지르고 뛰는 사람들과 수줍게 박수치는 참가자들 사이로 두원정공의 한 노동자가 뛰어 나온다. 관객을 향해 양손을 번쩍 들고 몸을 흔든다. “모두 일어서지 않으면 공연할 수 없다.”고 외친다. 마침내 참가자들 모두 일어서서 함께 손을 흔들며 춤을 춘다. 강력한 락음악, 하나 되어 뛰는 밴드와 참가자들, 이렇게 몰아쳐야 해고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북콘서트 하면서 세상물정, 노조의 상황, 노동자의 처지를 다 느꼈다. 희망김장 담그면서 김치를 버무리듯 잘 섞이지 않는 것들을 다 섞어서 또 한판의 김장을 했다. 흡족한 결과에서만 배우던가. 부족하지만 뭔가를 발견한 과정에서도 기쁨을 얻는다. 참가자들 모두 이후에 대해 아무런 약속은 없었다. 그러나 해고자들의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절절하지만 소박한 꿈을 위해 멈출 순 없다. 피어날 ‘반란의 축제’로 한발씩 걸어가자. 누군가 모두에게 말했다. “희망버스, 희망김장... 이제는 희망시리즈가 아닌 승리의 시리즈로 나가자”

전화가 울린다. 오랜만인 친구가 책 두 권을 보내달라며 주소를 남겼다. 너는 사람 꽃, 나는 벌과 나비가 되어 계속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108송이 사람 꽃을 향해 달려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금속노조경기지부, 사람 꽃을 만나다 북콘서트 기획단. -

< 이글은 금속노조 ilabor에도 실릴 내용 + 나머지 사진은 포토뉴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