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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쉼터... 쉬면서 다시 힘을 냅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기지부 작성일13-10-16 10:11 조회2,123회

본문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을 소개합니다.

장기투쟁, 노조활동 등 때로는 심신이 피로해 질 때가 있습니다.

꼭 피로할 때가 아니더라도

다시 힘을 내고 싶거나

혹은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쉼터를 찾아 보시길...

(아래는 경향신문기사)

 

ㆍ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현장에서 상처받고 지친 이들에게 서로를 비추는 무수한 구슬로 그물망 엮습니다”

송경동 시인이 서울에서 전북 남원시 산동면과 보절면 경계의 만행산 남동쪽에 자리 잡은 귀정사로 떠난 건 올 2월이었다. 20여년간 한길로 내달려온 노동운동, 사회운동으로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직전에 희망버스 기획으로 수배 생활과 투옥을 감당해야 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때 다친 발뒤꿈치는 잘 낫지 않아 다시 수술을 받았다. 그는 20여년간 한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단 몇 달이라도 차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이도흠 교수(한양대·국문학)와 남원 실상사의 도법 스님한테 추천받아 쉬러 간 곳이 바로 귀정사였다.

■ 한진중·쌍용차·강정마을… 함께했던 사람들

투쟁 현장의 노동자나 활동가들은 쉴 틈을 내기 힘들다. 시간의 틈이 생겨도 쉴 곳이 마땅치 않다. 때로 귀농한 동료들이 초대하지만 미안해서 오래 머물 수도 없다. 송 시인은 실상사의 수지행 종무실장, 윤성현 들풀한의원 원장과 오랜 투쟁으로 피폐해진 이들의 고통과 ‘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9일 개원하는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이하 인드라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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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은 노동자와 활동가, 귀농 농부들이 두레로 만든 곳이다. 지난 9일 전북 남원의 귀정사에 인드라망 설립과 운영, 건설에 참여한 이들이 모였다. 왼쪽 사진부부터 배인석(민예총 이사), 이현주(룰루랄라 예술협동조합 조합원), 송경동(시인), 윤성현(쉼터 공동대표), 중묵처사(쉼터 공동대표), 김진(사회운동), 장병관(귀농농부), 최정규(쉼터지기). 남원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인드라망의 인적·물적·정신적 기반은 마침 한데 모여 있었다. 실상사는 희망버스 때부터 투쟁하는 이들을 위한 연대 지원을 계획했다. 이곳 쉼터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윤 원장은 용산참사 때 유가족 의료 지원을 시작으로 의료연대에 뛰어들었다. 길벗한의사회 소속인 그가 거쳐간 곳은 기륭전자, 한진중, 쌍용차, 콜트콜텍, 강정마을 같은 시대의 투쟁현장이었다. 그는 노동자와 활동가를 위한 ‘야전병원’을 짓고 싶어했다. 귀정사의 중묵처사는 이미 ‘뭇삶들의 쉼터’를 모토로 귀농학교 같은 공동체를 일구고 있던 차였다. 사회연대쉼터를 표방한 인드라망 설립은 급물살을 탔다.

인드라망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쉼터의 구체적인 운영 방향을 정해갔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평등과 평화, 자연을 포함한 모든 삶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힘쓴 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라는 방향을 세웠다. ‘더불어 만들어나가는 쉼터’ ‘삶을 함께 지켜나가는 쉼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열린 쉼터’라는 모토도 만들었다. 대상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위한 갈등과 분쟁 과정에서 지친 이들, 국가폭력과 각종 사회폭력의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들, 기성의 질서와 관습에 저항하는 이들로 정했다. 대상자 선정은 쉼터의 존재 목적과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인드라망은 “서로를 비추는 무수한 구슬로 만들어진 관계의 그물망”이란 뜻이다. 귀정사란 쉼터에서 짜여진 관계의 그물망은 촘촘하다. 쉼터 공간을 늘리기 위해 지난 6월부터 벌인 흙집과 귀틀집 공사에는 귀농 농부와 한진중과 기륭전자의 해고노동자들,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수시로 오가며 일손을 보탰다. 이윤엽 판화가는 현판을 만들었고, 도영 미디어활동가는 흙집의 전기 가설공사를 담당했다. 공간 신축은 사람들의 관계를 확인하고, 또 그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9일 오후 4시 귀정사에는 송경동 시인(46)과 윤성현 원장(48), 공동대표를 맡은 중묵처사(51)와 쉼터지기 최정규씨(63), 목수일을 맡은 장병관씨(48), 일꾼 김진씨(42) 등 쉼터 건설에 앞장선 이들이 모였다. 멀리 지리산이 내다보이는 요사채 앞 잔디밭 평상에서 이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풀어냈다.

최정규씨는 파독 광부 출신이다. 그는 1974년 독일에 갔다. 5년간 일하다 GM자동차 독일 공장으로 옮겨 노동자로 일했다.

한인교회에서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식을 일깨웠다. 공장에서 68운동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정파에 들어가 노동운동을 했다. 네다섯 차례 한국에 와 수년씩 현장에서 일하다 독일로 돌아가곤 했다. 최씨가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로운 운동이 동트고 있었다. 첫 방문 때인 1991년은 전국노동조합협의회 결성 이듬해였다. 그는 이곳에서 재정 사업을 담당했다. 열세 살짜리 큰딸, 열 살짜리 아들을 독일에 두고 왔다. “당시 한국 노동운동의 뜨거운 기운 때문에 내가 미쳤던 거 같아. 하하.”

1994년 이주노동자 문제가 부각됐을 때 한국에 온 그는 이주노동자 연대활동을 했다. 세번째 방한은 2002년인데, 신생 진보정당이던 민주노동당 연수원지기를 맡았다. 독일로 돌아갔다가 지난 6월 방문한 그는 쉼터를 짓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건축 현장으로 달려왔다. 최씨의 참여는 사람들에게 이곳 쉼터가 새로운 사회연대의 출발점이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 자본주의에 찌든 때를 씻을 수 있는 곳

최씨는 “사회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을 위해 ‘우리 힘’으로 집을 짓자는 마음으로 노동했다”고 말한다. 무릎이 좋지 않은 그는 시멘트 포대를 나르면서 생고생을 했다. “일당을 버는 거라면 죽어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렇게 땀 흘려도 신나고 뿌듯했던 건 내가 노동해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 세상을 나름대로 좋게 만들겠다는 동지들이 와서 쉴 수 있다는 거였죠.”

집짓기도 하나의 치유 프로그램이었다. 연대의 공간을 만들면서 ‘쉼’을 느꼈다. 인드라망 건설에 나섰던 이들도 정작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최씨는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을 갖고 있다. 농사를 짓다 독일에서 처음 노동자가 됐다. 한국의 노동 현장에서 그는 학력이 낮아서, 또 특정 정파에 소속되지 않아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씨는 새벽이면 산에 올라간다. 개울물을 한 잔 들이켜고 세수도 한다. 끼니 때면 공양간 보살과 함께 고구마순을 다듬곤 한다. 마음껏 쉬고 일할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를 나눌 수 있는 이곳을 두고 최씨는 “자본주의에 찌든 때를 벗어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진씨는 9월에 기존 요사채에 마련된 쉼터에 들어와 ‘쉬고 있는’ 활동가다. 20여년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의 현장에 있었다. “2~3년 전 상처를 많이 받아서 쉰다고 쉬었는데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낸다고 상처가 치유되지 않더라”고 말했다. “활동가들에게 안식년이나 쉼의 공간이 필요하단 생각을 평소에 했지만 그런 공간이 없었어요. 이곳에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죠. 요즘은 땀 흘리며 집을 짓고요, 일 없을 때는 가만히 경내나 만행산을 쳐다보고 있어요. 중묵처사님이 저녁 무렵 치는 종소리를 들으면 제 가슴도 함께 울리죠.” 그는 텃밭에 무, 쪽파, 마늘, 배추, 열무를 심어 키우고 있다.

목수를 맡은 장병관씨는 예전 공공연맹에서 활동하다 귀농했다. 장씨는 “원래 한 채만 지으려고 했는데, 두 채를 짓게 됐다. 방도 두 칸, 세 칸으로 늘어났다. 오시는 분들이 이것저것 더 필요하겠거니 생각하니 일이 더 늘어났다. 한 열흘 잡았는데 40일째 일하고 있다”며 웃었다. 연대의 마음으로 일하다보니 노동과 공정의 연장은 애초 문젯거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공사판에 고비가 있었다. 시멘트를 싣고 오던 포클레인이 사찰 초입에서 멈춰서 버린 것. 세 명은 시멘트 70포대를 어깨에 지고 오르내리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만 가지 고통을 체험해야 비로소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교리를 담은 불교 용어 ‘만행(萬行)’의 이름을 딴 만행산이란 이름에 걸맞은 노동이었다. 백제 무령왕 때(515년) 창건된 귀정사의 원래 이름도 만행사였다.

중묵처사는 한때 귀정사의 주지였다. 2010년 환속했다. 결혼해 딸아이를 두고 있는 그는 “중들이 승복을 벗는 이유는 보통 여자 때문”이라며 웃었다. 남원시에서 20여㎞, 마을과 3㎞ 떨어진 골짜기에 있다보니 찾는 사람들이 없어 절 운영이 어려웠다. 중묵처사의 은사인 도법 스님이 재가자가 운영하는 사찰로 잘 키워보자고 제안했다. 귀정사는 인드라망 설립 이전부터 ‘뭇삶들의 쉼터’를 내세웠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수련원과 남원귀농학교를 운영했다. 중묵처사는 “그곳이 어디든 적응 못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와서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 했다”고 한다.

중묵처사는 민중불교연합에서 활동했다. 1989년 이 단체는 책자 내용 때문에 이적단체로 규정됐고, 그는 1년 반가량 감옥에 있다 석방됐다.

중묵처사가 삶터로 삼고 있는 귀정사의 역사를 보면, 그가 쉼터 대표를 맡게 된 것은 필연 같아 보인다. 고려시대 백련사의 요세 스님이 벌인 민중 중심 불교 개혁운동의 2대 본거지가 귀정사였다. 중묵처사는 “귀정사의 역사와 의미를 지금 어떻게 잘 살려낼지 고민하고 있다. 산속 깊은 곳 빈곤한 절이지만, 이 시대 종교의 역할을 사회연대쉼터란 공간을 통해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드라망은 단지 어떤 공간을 ‘할애’받아 숙식을 해결하는 곳만은 아니다. 투쟁의 전선에서 쉼 없이 달리다 경계에 선 이들이 살아온 과정을 반추하고 기운을 얻게 하려는 게 목적이다.

윤성현 원장은 “운동하던 이들이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투쟁을 멈추거나 현장을 떠나는 순간, 지치고 힘들어 나자빠지는 순간에는 ‘철저한 개인’으로 고립된다. 그저 쉬고 있다 해도, 몸과 마음은 마모되고 깨져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한다. 불안한 시간을 함께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현장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죽을지언정 쉬지 못한다고 말한다. 노동과 쉼이 조화되어야 하는데,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다”고 말했다.

■ 평범한 사람들이 주축 ‘희망버스’와 닮아

국가와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공간 만들기에 나선 이유는 또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처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방식으로 연대를 해나가는 거죠.”

윤 원장도 학생운동을 했다. 신경통으로 고생하다 한의대에 갔다. 한때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 그는 “때가 되면 노동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는 운동가, 활동가를 위한 병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인드라망 만들기는 희망버스와 닮았다. 운동조직이나 정당이 주도한 게 아니다. 현장의 활동가와 지금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다. 여러 사람들이 마음을 보태고 있다. 즐거운 고민도 생겨난다. 윤 원장은 “식당을 하는 친구 하나가 쉼터에 쇠고기를 많이 보내주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 평등·보둠·자율의 쉼터‘인드라망’ 19일 개원식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http://cafe.daum.net/gwijeongsa)은 평등평화의 쉼터, 연대의 쉼터, 보둠의 쉼터, 자연 쉼터, 작은 쉼터, 자율 쉼터, 희망의 쉼터를 지향한다.

인드라망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각종 사회운동 과정에서 쉼이 필요한 분’ ‘국가폭력·사회폭력의 피해자나 희생자’(가족 포함)다.

입소자들의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사용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다만 쉼터 공간이 충분치는 않아 신청자가 몰리면 이용자와 협의해 조정하기로 했다. 사찰 내 쉼터지만 기본 예의 말고는 별도의 불교 예식이나 특정 프로그램, 관련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생체·생활 리듬에 맞게 시간을 가꿔나갈 수 있게 하는 취지다.

인드라망은 ‘함께 지켜나가는 쉼터’를 내걸고 연대회원과 운영단체를 모집하고 있다. 의료, 문화, 법조, 건축 등 쉼터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나 개인도 찾고 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문정현 신부, 신학철 작가, 도법 스님이 고문을 맡았다. 운영위원엔 김규항·김선우·김소연·김진숙·노순택·박래군·서창희·심보선·이갑용·이강택·이광일·진미영·정영미·정진우·정혜윤 등이 참여했다. 인드라망 개원식은 19일 오후 3시30분 귀정사에서 열린다. 신축 쉼터 준공식과 제막식도 함께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