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을 위한 1500의 파업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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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지부 작성일13-07-11 11:56 조회2,566회본문
16을 위한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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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구름은 땡볕을 막았다. 10일 오후 2시,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고 평택의 포승공단으로 모였다. 산업용 모래가공 업체인 (주)우리 앞 대로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삼성지회 박원우 지회장의 트럼펫 연주에 맞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작된 총파업축제.
“투쟁의 선봉 자랑스런 경기지역 조합원 여러분”에게 박상철 위원장은 전국의 파업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 등을 비롯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법원판결을 무시하고 통상임금 해결을 운운하고 국정원이 법을 위반하는데 왜 우리가 법을 지켜야 합니까”라며 열변으로 대회사를 했다.
이기만 경기지부장은 “작년 에스제이엠 투쟁의 승리가 전국의 수많은 현장에서 용역깡패투입과 직장폐쇄로 이어져온 노조기획탄압을 물리쳤다”면서 연대에 나섰던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투쟁사를 시작했다. “오늘 우리가 시민들이 있는 곳에서 축제를 열지 못하고 여기에 모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16명에 불과한 우리지회 조합원을 위해 1,500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소수를 위해서 다수가 달려오는 것, 금속산별노조의 정신이 바로 이것입니다” 지부장의 투쟁사는 이날 파업집회의 의미와 정신을 압축하고 있었다.
전문가는 없다. 우리가 있을 뿐
노동권상징문양을 새긴 풍선을 들고 온 신한발브와 지역지회, 자신들이 생산하는 키박스를 상징하는 열쇠모양의 피켓을 만든 우창정기지회, 부부젤라로 무장한(?) 두원정공, 스스로 생산하는 자동차 시트를 만들어 요구를 새겨온 대원산업 안산과 평택지회, 손수 접은 붉은 장미를 모자에 꼽고 “노동자가 주연”이라는 띠를 단 주연테크지회, 요구를 새긴 양팔토시를 착용한 계양전기, 파업 후 간부들만 참가하였지만 오랜만에 조합원까지 참가한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퍼포먼스임을 강조한 케피코 지회, 각 분회의 이름하나하나를 부르며 함께 기억해 줄 것을 강조한 지역지회.... 어느 때보다 파업집회에 많이 참가해서인지 각 사업장 대표들은 짧게 인사를 끝낼 수 없었다. 각 사업장의 상황과 결의를 이어갔다.
우창정기는 조합원들이 직접 문양을 새긴 부채를 들고 8박자 율동을 보여주었다. 처음이라며 무대에 오른 계양정기 조합원들은 멋지게 노래를 선사했다. 약간은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조합원 스스로 이어가는 집회였다. 철탑농성에 오른 동지들을 위해 희망버스를 타자며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전홍주 동지의 호소가 이어졌다. 족벌경영체제에서 수탈당하던 우리지회 조합원들은 지긋한 나이들에도 굳은 각오로 무대에 올랐다. 각 사업장들은 우리지회를 위해 별도로 준비한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두원정공은 꽤 많은 연습을 하며 준비한 집체극을 선보였다. 노동자가 어떻게 임금, 시간, 생명을 빼앗기는지를 연기와 노래를 곁들어 보여주었다. 어느 때 보다 집중력을 보여준 참가자들은 “사장역할을 잘 하네”등의 반응을 보이며 화답했다.
단 한명의 가수나 율동 등 전문가는 등장하지 않았다. 첫 트럼펫 연주와 묵념이 어긋나는 등 어설프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진행한 집회다. 경기지역 집회에 온 금속노조 간부는 이렇게 소감을 얘기했다.
“와. 나는 오늘 같은 집회 몇 년 만에 처음 봅니다. 경기지역이 왜 단결하고 승리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 집회였습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나와서 만들어가는 집회는 정말 오랜 만이었습니다”
점,선,면 그리고 입체
집회는 우리지회 앞에서 끝나지 않았다. 인근의 복수노조로 인해 시달리는 대한솔루션, 작년 고공농성을 했고 임단협을 진행 중인 광원목재 앞에 모였다. 여기가 또 끝은 아니었다. 다시 현대위아공장으로 향했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노조를 만든 그 곳에서 우리는 기습으로 집회를 열었다. “포승공장은 자본천국, 노동지옥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고립된 섬처럼 싸우는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는 달려 왔습니다. 이 동지들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이, 우리 노동자계급의 정신”임을 강조한 윤욱동 수석의 발언으로 모든 파업집회는 끝났다.
우리지회 천막농성을 위해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간부를 비롯한 경기지부 간부들은 우리지회 앞에 다시 모였다. 경찰과 시공무원들은 행여나 천막을 칠까봐 경력과 직원들을 동원해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짜장면과 짬뽕으로 저녁을 해결한 우리지회 조합원과 간부들은 밤 늦게까지 경찰, 공무원, 회사와 실랑이를 거듭했다. 결국은 밤 10시가 넘어 회사관리자들의 방해를 뚫고 공장안에 천막을 설치했다.
노동자 개인은 그 냥 점이다. 점과 점을 연결하여 선이 되고, 선과 선을 연결하여 면이 되고, 면과 면을 연결하여 노조라는 입체를 만들어 왔다. 지금 평택포승공단은 점들이 있다. 대한솔루션, 광원목재, 이제 시작한 우리지회, 위아비정규직 지회는 아직 점이다. 그러나 그 점들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포승공단에 노동자의 함성을 울릴 입체를 만들기 위해 철야농성을 시작한다. 경기지부는 각 사업장들이 참여하는 철야농성을 휴가 전까지 이어간다. 16명을 위해 달려온 1500명의 정신, 그것이 산별노조의 정신이며 노동자계급의 정신이요 우리사회를 진정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정신이다.
모기에 뜯기며 철야농성을 한 우리지회 한상훈 조직부장은 전날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보여준 그 정신과 벅찬 감동을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 한마디로 전했다.
“어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