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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죽음의 아우슈비츠?!’ 한국타이어 여직원 “검은 생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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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작성일17-11-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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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죽음의 아우슈비츠?!’ 한국타이어 여직원 “검은 생리가…”

전직 근로자의 고백, 토할 때마다 검은 카본 덩어리 한움큼
인근 학교서 어린 백혈병 환자 속출, 주민대상 특별검진 없어

 


[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가족이 운영하는 한국타이어가 발암성 물질 및 안전 기준을 벗어난 노동환경으로 160여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정부기관이 허위조작 문서까지 내밀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도록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어떤 사연인지를 취재했다. 



■ 죽음의 연기 ‘벤젠’, 메스껍고 눈 튀어나올 듯 따가워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에게 우린 그저 개ㆍ돼지였을 뿐입니다.”
뚜렷한 생계수단도 없이 홀로 죽음을 기다리는 전직 한국타이어 근로자 유종원(71ㆍ남) 씨를 인터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의 병명은 유기용제 중독증, 말초신경염, 뇌경색 의중, 발기부전, 신체화장애, 우울증 등이다. 오랜 투병 생활에 지친 노인에게서 꼭 꼭 숨겨뒀던 고통스런 기억의 화마를 또 다시 끄집어낸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응어리진 한(恨)들이 토해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국타이어 공장의 기계설비서 수시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마셔야 일을 할 수 있었요. 그 연기가 코와 입, 피부에 닿으면요. 속도 메스껍고 머리는 기분 나쁘듯이 아파지고 눈알이 타는 듯이 뜨거워져요. 끝내 구역질을 하면 검은색 카본 분진 덩어리가 한웅큼씩 토해져 나왔습니다. 우린 죽음의 가스를 마시고 있었던 거죠.”

그 검은 연기는 일명 고무 흄으로 불린다. 타이어는 재료인 고무 등을 생산설비에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한다. 이때 140여종 유황 및 화약약품 그리고 고무 사이의 가교 반응을 통해 점성과 탄성을 부여, 원하는 모양의 타이어를 만들게 된다. 

가류공정에서는 뜨거운 고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 고무흄 등으로 여름철에는 섭씨 5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이 조성된다고 전직 한국타이어 근로자는 설명했다. 

이 공정 이전 고무에 이형제를 뿌리고, 가류기 등은 8분~12분 사이마다 흄, 가스, 증기 즉 검은 연기를 방출한다. 

“6개월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건강검진을 할 때면, 여성 근로자들이 검은 생리가 나온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자주 들었죠. 그런데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이상 없음으로 나오는 거에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고무흄은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1급 발암물질로 관리되는 벤조에이피렌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민 연구원(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은 “발암성이 있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라 하면, 벤조에이피렌이다”며 “벤조에이피렌의 경우, 벤젠과 마찬가지로 1급 발암물질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조에이피렌은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류 중 가장 독성이 높은 물질로 일부는 동물 실험에서 폐암 등의 암 발병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40년대부터 고무제조업은 높은 농도의 흄이나 유기용제에 노출되는 직무로 악명높았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1998년 보고서를 통해 고무산업을 그 자체로서 인체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으로 분류했다. 

“충격적인 사실 알려드릴까요. 한국타이어 공장 인근 학생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유독 높은 것 아세요. 또 1980년대 같이 입사했던 현도면 거주 동기들 대다수가 원인모를 질병으로 죽었습니다.”   

대전 현도면은 강을 건너 사이에 두고 한국타이어 공장과 인접한 마을이다. 벤젠을 포함한 관리대상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환경법 개정이후 주민대량피해예방을 위해 사용 유해물질목록과 유해성 등을 주민들에게 고지하게 되어 있다. 즉  그만큼 대기오염과 인근 주민 건강에 위협적인 1급 유해물질이다.

실제 한국타이어 공장 내부 모습. 8-12분 마다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는 다이옥신 벤젠 등 유해물질들이 함유됐다고 제보자는 증언했다.
▲ 실제 한국타이어 공장 내부 모습. 8-12분 마다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는 다이옥신 벤젠 등 유해물질들이 함유됐다고 제보자는 증언했다.


■ 금강엑슬루타워 주민 호소 불구, 행정기관 나몰라라 

“아직도 악취가 나죠. 한국타이어 공장이 있는한 일년에 거의 두 달은 그 악취를 맡아야 된다고 보시면 되요.”

<시사뉴스>의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전광역시 대덕구 엑슬루타워 인근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주변 주민들의 악취 민원은 2011년 8건, 2012년 196건, 2013년 523건으로 급증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동쪽으로 불과 170m 떨어진 곳에는 지난 2012년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인 금강 엑슬루타워 (2312세대)가 들어섰다. 대덕구청 관계자는 “악취 민원 대부분은 엑슬루타워 입주민들이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구청 관계자는 “조사를 해보면 법적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악취 민원은 매년 늘어나는 데 원인은 드러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대덕구청에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하는 장비가 당시로선 없었다고 한다.

수상한 점은 또 있다. 2014년 9월30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물류창고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유독가스가 배출되고 공장폐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공식적인 화재원인을 발표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엑솔루타워 주민들의 말은 달랐다. 그 화재로 18만개의 타이어가 연소되면서 48종의 발암물질 특히 벤조피렌등의 유해물질들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데다, 화재진압에 사용되었던 소방용수 또한 환경유해물질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오염수가 주변 금강에 유입되면서 강물이 오염됐고 분진은 세종 및 금산에 이르기까지 뒤덮혀 농작물의 수확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주민들 또한 호흡기질환등의 오염물질의 노출에 의한 고통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금강엑슬루타워 입주민인 곽 모씨는 “화재이후 주민들의 공통된 증상이 아파트외부로 나오기만 하면 눈이 따갑고 눈을 잘못 뜰 정도이고 목도 따갑고 목안이 붓기가 다반사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3시이후는 아이들을 내보내기가 겁날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고. 또 다른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금강엑슬루타워 입주민의 불만을 막기위해 아파트 행사비 일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보자는 “주민들도 한국타이어를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두파로 갈라졌지만, 찬성 쪽은 한국타이어가 나가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주민들의 증세가 앞서 언급한 근로자들의 증상과 일치한다는데 있다. 유독물질에 따른 질환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 

실제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공장 근처 학교들에게서 소아혈액암 환자 13명을 파악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덕구청 등을 비롯한 지자체는 현재까지도 주민들을 대상으로한 특별건강검진 대책마련이나 피해보상등의 어떠한 기준도 조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14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폭발 모습.
▲ 2014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폭발 모습.


■ 의료계, 벤젠 없다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뒤집어

<시사뉴스>의 이번 한국타이어 공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몇가지를 포착했다.
우선 허위조작 의혹.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한 의혹은 1996년부터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 2006년부터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던 15명의 근로자가 돌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은 유독성 물질에 따른 산업재해를 의심했다. 
2007년 12월 대전지방노동청의 ‘한국타이어(주) 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유해물질인 n-헵탄, 톨루엔, 크실렌이 주요 성분으로 명시돼 있다. 솔벤트 등 유기용제에 장시간 노출되면 암 등 각종 질환이 생겨난다. 

감독 결과,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재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1996년부터 10년 간 93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파악됐다. 작업장의 분진에서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 다량의 발암물질이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사망원인을 과로와 고열로 인한 것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보고서 어디에도  뇌혈관 질환의 원인으로서 벤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2016년 2월, 고려대 의료원 박종태 교수는 4명의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한 결과, HV-250라는 유기용제에서 벤젠과 톨루엔 등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공장 역학조사결과 벤젠이 없다고 했지만, 2016년 고려대 의료팀은 벤젠의 존재를 언급했다.
▲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공장 역학조사결과 벤젠이 없다고 했지만, 2016년 고려대 의료팀은 벤젠의 존재를 언급했다.


■ 모든 배후는 이명박?! 대전 시민 목숨 담보로 펼친 위험한 게임  

둘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한국타이어의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인 이수연씨와 지난 2001년 결혼했다. 허위조작 의혹이 있던 2008년 대통령이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또한 16대 대통령 선거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근 보좌했던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 정용기 의원은 2011년 대덕구청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환경당국의 경고에도 불구, 금강엑슬루타워를 포함한 대덕구 석봉동 도시개발사업을 인허가했던 인물이다.

정용기 의원은 2016년 1월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모바일 문자메시지로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사위와 딸의 인턴 취업 부탁을 받고 고교 선배가 운영하는 개인 병원장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찍혀 물의를 일으켰다.

박승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간사는 “그 취업 청탁한 곳이 선병원인데, 이중 유성선병원은 한국타이어 근로자들 특수검진을 담당하는 병원이다”고 지적했다.
박승실 간사는 “한국타이어 근로자가 산재 질환으로 죽어도, 자연사로 철저히 은폐했던 병원이다”고 비난했다.

앞서 증언한 유종원 씨는 “한국타이어는 16대 대선당시 이회창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며 “지금은 쫓겨난 전 모 공장장을 포함해 근로자들을 이회창 대선후보에게 파견해 선거 운동을 돕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만일 이 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한국타이어-대전 간의 은밀한 유착 의혹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 초대형  ‘검은’ 커넥션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백혈병 판정을 받은 한국타이어공장 인근 7세 어린이의 진단서.
▲ 백혈병 판정을 받은 한국타이어공장 인근 7세 어린이의 진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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