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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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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지부 작성일14-10-07 12:48 조회2,9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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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향기  


아이들은 부모를 보며 배우고 자란다. 행복한 부모아래서 건강한 자식들이 성장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행복하지 않을 때, 과연 다른 노동자들이 노조를 하고 싶을까? 노조의 향기가 없는데 과연 조직화에 성공할까? 잘못된 부모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품듯,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배부른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들으면서 나는 저런 노조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장기투쟁을 하고 목숨까지 버리면서 노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런 노조 하기 싫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귀족노조, 이기적노조, 깡패노조, 과격한 노조, 경제망치고 회사 망하게 하는 노조... 노조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자본의 전략들은 넘친다. 노조에 대한 호감보다 스티브잡스에서부터 이건희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가에 대한 존경과 추앙은 넘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실현가능성이 없는 환상 속 아이돌이다. 기업에 대한 칭송은 높고, 노조 비판은 강한 사회에서 과연 노조하고 싶을까? 이점 때문에 경기지부 조합원들은 2014년 설문조사에서 노조의 이미지 개선을 가장 중요한 우선사업으로 꼽은 것은 아닐까.


 자신이 하지 못한 판검사가 되도록 강요하는 부모에 시달리다 부모를 살해한 아이까지 있었다. 아이는 철저히 대상이 되어 강요된 길을 가다 폭발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도우는데 부모의 올바른 양육태도라고 한다. 선택의 기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경우에 생길 기회와 위험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며, 그 선택에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을 하고, 어떤 선택의 결과로 어려움에 처할 때에 함께 어려움을 짊어지는 모습.

그럼 조직화에서 이 두 가지 모습은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조직화 vs 주체화


조직화라고 할 때 흔히 우리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으로 끌어 들이는 일로 생각한다. 조직된 노동자나 활동가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선전전이 주된 방식의 하나인데 선전선동 그 자체가 아는 자가 모르는 자를 깨우치는 것을 의미하는계몽적인 게 아닐까? “나는 아니까 조직화 주체너는 모르니까 깨우쳐야 할 대상으로 분리하는 것은 아닐까잘 난 척하는 모습을 가진 진보를 보면서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싸가지 없는 주체들이 조직되지 않는 노동자를 끌어들이려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는가.

 

노동권이라는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가지지 못한 노동자들이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서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던 노동자가 주체가 되고 이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지원자이자 함께 주체가 된다. 주체와 대상으로 나뉘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화 사업이 아니라 권리함께운동이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전략 조직화라는 말을 쓴다. 전략과 상대적인 말이 전술이니 그럼 전술조직화가 뭐 길래, 왜 굳이 전략조직화를 한다는 거지? 상식적으로는 전략은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계획이나 행동이다. 전술은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계획이나 행동이다. 그럼 전술조직화는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는 조직사업이고 전략조직화는 장기적인 노조건설 목표를 세워서 이를 달성하려는 조직화인가? 그런데 이런 구분 혹은 전략조직화라는 말이 쉽게 이해될 얘기일까?

 

꾸준히 노조의 이미지를 바꾸고, 모습을 바꾸고, 더 참신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가려는 모든 노조활동이 전략적인 것이 아닌가. 노조의 향기를 만들고, 그 향기를 주변에 자주, 많이 퍼뜨리는 것이 진짜 전략적인 것이 아닐까.

 

 

첫 출발

 

구체적인 임금문제로부터 접근하는 것이 주체화의 맞는 방식일까? 흔히 우리는 조직화를 위해 낮은 임금이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임금에서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건  노동자들을 경제적 동물,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자기 행동을 결정한다고 보는 경제주의적 시각은 아닐까


혹은 노조로 조직하는데 굉장히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것이 임금문제라고 보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임금 몇 푼 올리려다가 잘리면? 그로 인한 어려움을 감당하려 할까노조를 시작하면 어려움은 인간관계, 법적 문제, 심리적, 육체적 고생 등 다양한데 얻는 것은 임금하나?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맞을까? 노조하는 이유가 너무 단순하고 약한 것은 아닐까? 이런 설명에는 노조=이익단체=경제적 조직으로 보는 생각이 스며있는 것은 아닐까?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구호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였다. 노조란 임금 올리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관계로 자리매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해관계로 시작하는 노조가 오래 가지 못하는 사례들은 꽤 있다. 권리보다 실리를 앞세우면 약간의 불편함, 약간의 손해가 다가올 때 잘 견디지 못한다. 사측의 회유와 협박, 조합원에 대한 임금차별 등 탄압이 오면 금방 이익에 따라 노조를 그만 두곤 한다. 일상에서 이런 모습은 구조조정이 다가와 고용경쟁이 본격화 될 때, 해고를 피한 산자와 해고대상이 된죽은자로 갈라지고,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어버리는 극단적 사례로 나타난다.

 

좋은 관계가 행복의 열쇠다. 노조는 좋은 관계를 만든다. 직장내의 상명하복의 상하관계를 상호권리를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로 바꾼다. 자본과 노동의 수탈과 착취의 관계를 평등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적 관계로 바꾼다. 경쟁하던 동료를 협력하는 동지로 만든다.

조합원 끼리, 동료끼리 관계가 튼튼한 것이 단결력이다. 단결력이 조직력이다. 조직력이 힘이다.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에스제이엠에서도 그랬다. 지금 두원정공에서도 단결불패의 사례를 만들고 있다.

 

 

탱탱한 감각, 옹골찬 결의

 

임금, 노동조건 등에서부터 직장생활에서 겪는 인간관계, 인간관계에서 모멸감, 쳇바퀴처럼 돌면서 자기 몸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 전체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노조는 임금과 같은 부분적인 이익에 대한 얘기만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얘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떼인 임금을 찾아 드립니다’ ‘무료노동 이제 그만등의 얘기들도 좋지만, ‘행복한 삶은 좋은 관계로부터’ ‘좋은 관계, 노조에서부터등 뭔가 다른 컨셉트의 접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직장내의 관계, 우리가 일상에서 맺는 관계를 함께 돌아보고 어떤 관계로 바꾸기를 바라는 것인지,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얘기 나눠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뚜렷한 그 사연, 대학 청소노동자 아줌마들이 노조가 생기고 난 다음에 좋은 게 뭐냐고 할 때에, “휴지 줏으라고 호통치던 새파란 자식뻘의 관리자가 노조가 생기고 나니 내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고소했다는 얘기.

아직도 뚜렷한 그 얘기, 우창정기의 한 대의원이 노조가 있으니 처음으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서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어려서는 부모, 학교에서는 선생님, 군대에서는 고참, 직장에서는 관리자에게 늘 만을 강요받았던 삶이 바뀐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포함해 다양한 사례들을 함께 나눠야 하지 않을까.

 

노조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이 있다. 부정적 이미지인 혐오감정을 바꾸는 노력은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하면 회사 망한다”, “노조하면 수천일 싸운다등 장기투쟁에다 힘겨운 길이 노조라는 생각들도 넘어서야 한다장기투쟁은 노조하는 사람들에게는 장렬하고 기개 높고 질긴 노동자정신의 실천이다. 그러나 다른 노동자들은 이렇게 보지 않는다.

 

노조가 구린데 하고 싶겠는가. 아무리 전략조직화 방법론을 많이 고민한들 향기보다 혐오와 두려움만 풍기는데 하고 싶겠는가. 이건 단지 이미지를 개선하는 문제를 넘어 노조운동 전체를 바꿔야 한다는 탱탱한 현실감각과 새로운 노조운동 단계를 열겠다는 옹골찬 결단의 문제가 아닐까.


나는 노조에서 어떤 향기를 맡는가?  

내가 속한 노조가 풍기는 향기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