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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 공동주거침입 재판 탄원서 > 지부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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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소식

콜트.콜텍 공동주거침입 재판 탄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인천지부 작성일14-04-24 10:52 조회1,0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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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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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동자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기타란 그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로만 알았습니다. 음악인들의 손을 타고 흐르는 선율을 들으며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쓸쓸한 삶과 사랑을 흥얼거렸습니다. 그런데 2007년 해고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만나고서야 기타에 새겨진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광택과 유려한 곡선, 눈부시게 선명한 색깔 속에는 탐욕스런 사장의 착취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노동이 담겨있었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이 기타 속에 숨은 노동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힌 공장에서 나무먼지와 유기용제를 그대로 마시고, 기계톱에 손가락이 잘리며 일했지만, 산재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던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값보다 비싼 기타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뛰어다니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예쁜 자개문양을 달고 전 세계로 나가는 기타를 보며, 텔레비전에 자신이 만든 기타가 나오는 것을 보며 흐뭇해하던 기타노동자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일한 공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이제는 깁슨, 알바네즈, 휀더 등 유명기타 상표를 달고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콜트기타가 부끄럽습니다.

기타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쫓겨났지만, 여전히 공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기계가 사라진 텅 빈 공장은 생기도, 활력도 없어 보였습니다. 뽀얗게 쌓인 먼지가 노동이 사라진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기계소리도 노동자들의 농담소리도 사라진 그곳을 지키는 이유는 기타노동자들이 다시 기타를 만들기 위해 부여잡은 마지막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기타노동자들은 기타를 만들던 그때처럼 여전히 그곳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기타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음악인들이,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리고 춤을 추던 사람들이 찾아와 기타노동자들의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었습니다. 텅 빈 공장은 ‘콜트콜텍기타노동자의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탄생했습니다. 기타노동자의 노동을 기억하는 벽에는 그림이 그려지고 기계소리가 사리진 공간은 종교인들의 기도로 채워졌습니다. 넓은 마당은 콘서트장이 되어 노래와 기타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기타노동자와 그들의 친구, 이웃은 열심히 살았습니다. 절망의 공장이 희망의 공장이 되는 그 날을 꿈꾸며 꾸준히 살아갔습니다. 기타를 만들면서 미술인들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인들과 노래를 부르며, 이웃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하는 공장이 되는 그런 꿈을 꾸면서 ‘콜트콜텍기타노동자의집’을 가꾸었습니다.

삶의 흔적과 노동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콜트콜텍기타노동자의집’에서 쫓겨나는 것은 희망의 공간을 잃은 것과 같았습니다. 함께 살아온 기억과 함께 만들어가던 희망의 기록만이라도 돌려주길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포크레인에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바라볼 수가 없을 만큼 소중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미래를 그리며 ‘열심히 살아온 삶의 흔적’과 함께 만들었던 시간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들을 헤아려 주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