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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판 정리해고1년 희망문화제에서 낭송된 시 > 지부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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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판 정리해고1년 희망문화제에서 낭송된 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인천지부 작성일12-02-05 09:54 조회956회

첨부파일

본문

지금은 매듭을 끊어야 할 때

조혜영

자본이 강제로 엮어놓은 사슬 속에는

수많은 매듭이 있다

그 매듭은 때론 달콤한 사탕으로 때론

따뜻한 떡 한 조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매듭을 풀지 않으면

수천갈래의 매듭 속에 얽혀

오랏줄로 쇠사슬로 밥줄을 조여 온다

사람들은 겨울은 보낸다고 하고

봄은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언제

사계절이 따로 있었던가

길거리에서 천막농성장에서 감옥에서

공장안에서조차

변방에 몰아치는 삭풍의

잔인한 겨울 뿐이었다

희망이 길이 되기도 하고

희망이 버스가 되어 달리기도 하고

희망이 텐트가 되어 둥지를 틀기도 하지만

그것은 늘 불안하고 안타까운 몸부림일 뿐

우리들의 겨울은 아직 춥고 여전히 배고프다

희망, 그 이름은

노래로 찾고 웃음으로 반겨야 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은

투쟁을 해야 하고 목숨을 바쳐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희망은 절망 속에서

간절하게 피어난다

오늘 절망의 밑바닥으로 밀려나고 쫓겨난 사람들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희망을 본다

매듭은 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끊고 가야하는 것이다

자본이 권력이 수십 년 옭아맨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처절한 매듭

국가권력이 쳐놓은 모든 매듭은

풀릴 수 없는 매듭이기에

반드시 끊어내야만 한다

모든 노동자의 염원을 모아

희망이라는 이름아래

연대라는 기본 원칙아래

우리를 옭아맨 모든 매듭을 끊어내자

밥은 촛불이고 촛불은 밥이다

- 정세훈 -

양초 심지에 살포시 불이 붙은 것이 촛불이다.

그 촛불 들고 밥을 위해 거리로 내몰린

발걸음들을 '촛불시위'라 감히 말하지 마라

밥은 촛불이고 촛불은 밥이다

두메산골 고향에서 초근목피로 연명해가던 유년시절

촛불이 타올랐지 엄마가 자비의 부처님께

"우리 어린 자식 놈 고픈 배 채워주시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만수무강을 빌던 암자 법당 안에서 촛불이 타올랐지

맞교대 주야간 작업장에서 48시간 연장 노동을 해야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던 한창 팔팔하던 청년시절

촛불이 타올랐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 이놈의 처자식에게도 싸구려 분식집에서나마

외식 한 번 제대로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소원을 빌던 교회 예배당 안에서 촛불이 타올랐지

신비스러웠어라

밥을 위한 기도를 위해 제 몸을 불태워주던

가난한 나의 한 자루 촛불이여

그러나,

촛불은, 만인의 밥을 위한 촛불은,

갇히어서 법당 안이나 예배당 안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정전停電된 집구석 잠시 밝혀 주는 것이 아니다

내 몫의 소찬 밥마저 넘보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억수로 쏟아진다 해도

태풍이 되어 불어 닥친다 해도

결코 억지로 기름 먹인 횃불이 되지 않는 것

내 밥을 거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거리에 내몰린 백성과 함께

마지막 심지까지 분신하는 것

꺼질세라 감싸 안은 종이컵이

무쇠 가마솥이 될 때까지 한 줌의 재가 되는 것

신비스럽지 않게, 신성스럽지 않게, 거룩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