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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07/03(수) 한겨레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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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충북지부 작성일13-07-03 09:52 조회1,3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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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금 ‘팥쥐노조’ 420만원·‘콩쥐노조’ 0원…사쪽의 길들이기

 

등록 : 2013.07.02 21:25 수정 : 2013.07.03 08:58

 

 

 

복수노조 시행 2년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인 보쉬전장(충북 청원)엔 두 종류의 노동자가 있다. 지난달 격려금 등 420만원을 한목에 받은 노동자와 그걸 바라만 본 이다. 이들은 한 공장에서 일하지만 소속 노조가 다르다. 회사가 2012년 초 직간접으로 설립에 관여한 기업단위 노조(보쉬전장노조)가 있고, 1990년대 초부터 유지돼온 전국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가 있다.

회사는 지난달 기업단위 노조와 2013년도 임금협상을 맺었다.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150만원의 일시보상금과 임단협이 끝날 때마다 지급해오던 격려금 270만원이 이 노조 조합원들에게 주어졌다. 보쉬전장지회 조합원들은 보란듯 제외됐다.

 
 
 
금속노조 보쉬전장 지회
사쪽 작년초 임단협 일방중단
지회장 해고뒤 설립된 새 노조가
‘당근책’에 반년새 다수노조로

이화운 보쉬전장지회장은 “회사는 우리와 임단협이 안 끝났기 때문이라지만 지난 5~6월 네차례 회사 쪽과 만났는데도 교섭 원칙만 얘기하다 끝났다”며 “2012년치 임단협도 아직까지 교섭중”이라고 말했다. 보쉬전장지회 노동자들은 2011년 맺은 임단협에 따라 2년 전 임금을 그대로 받고 있다.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뒤 사용자가 친회사 성향의 노조를 활용해, 기존 노총 소속 노조를 차별·억압·파괴하는 새로운 노조 탄압이 곳곳에서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보쉬전장은 지회 쪽과의 노사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로 인한 노동쟁의 과정에서 농성하던 노조 간부들을 해고했다. 그리고 이듬달 조합원 18명으로 구성된 제2의 노조(보쉬전장노조)가 ‘마법’처럼 탄생했다. 회사는 전체 노조원 수에서 과반을 훨씬 넘긴 보쉬전장지회를 단체협상의 단일 교섭창구로 삼지 않고, 두 노조와 각각 개별교섭을 진행하며 특정 노조를 배척하고 무력화했다. 2010년 1월1일 새벽 기습적으로 통과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사쪽이 노조원이 많은 교섭대표노조와만 협상하든지 모든 노조와 개별협상을 하든지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줬다.

‘차별’이 임단협에 명문화되기 시작했다. 임금 차별은 되레 소소했다. 지난해 중순 ‘공장 신설로 조합원이 이동하는 경우, 조합에 1년 전 통보하고 3개월 전 합의한다’고 새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 조항이 금속노조 지회에 건넨 회사 요구안에선 ‘통보한다’로 바뀌었다.

보건의료노조 예수병원 지회
민주노총 탈퇴 압박설 돌더니
새노조 생겨 1년새 160명 이탈
새노조 간부에 ‘선임’ 자리 선물

‘경영상 사유로 생산시스템을 변경하고자 할 때 조합에 사전 통보·협의해야 한다’는 새 노조와의 고용안정 관련 조항이 지회 쪽과의 협상안에선 ‘협의가 안 될 시 다수노조와의 합의안에 근거하여 협의 후 수용한다’는 꼬리표를 달았다.

‘다수노조’를 내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 주도의 임금·복리 차별, 노-노 갈등 야기 등으로, 18명에서 시작한 새 노조가 반년 남짓 만에 다수노조가 된 덕분이다. 새 노조 조합원은 330명을 넘고, 2011년 말 389명에 이르던 보쉬전장지회는 한때 38명으로까지 쪼그라들었다.

금속노조는 “징계와 민형사 소송 등으로 지회 집행부를 위축시키고, 창조컨설팅과 함께 전략회의를 해가며 새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지원책을 강구했다. 그리고 지회 조합원에게 근로조건상 불이익을 줘 탈퇴와 새 노조 가입을 종용했다”며 지난해 10월 검찰에 회사를 고소하고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시정 진정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8개월째 침묵하고, 인권위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이화운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두 노조간 차별이 뭐냐고 설문하니 임금도 아닌 우리를 대하는 태도, 눈빛이라는 답변이 절대다수였다. 노조 문제나 인권차별을 넘어, 특정 노동자를 경멸하는 인간 감성에 대한 차별이다”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제도 시행 이후 회사 쪽의 특정 노조 탄압은 보쉬전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제도 시행 이후 설립된 노조 1175개 가운데 680개(57.9%)가 이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가 활동하던 사업장에서 만들어졌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 쪽의 어용노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양대 노총의 시각이다. 새 노조 등장과 함께 직장폐쇄, 임금 차별, 지도부 징계 등이 이뤄진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만도, 발레오만도, 콘티넨탈 등이 대표적이다. 보워터코리아의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은 풀 뽑기, 페인트칠 같은 허드렛일을 회사로부터 강요당하기도 했다.

회사선 시행 뒤 생긴 노조와 교섭
임금·인사차별로 기존노조 무력화
노조 설립 때 회사 개입 금지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해야

온건 노조조차 회사 이익에 반하는 눈엣가시로 여기고 거세하려는 시도가 이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지난달 28일 찾은 전북 전주의 예수병원도 복수노조로 홍역을 겪고 있었다.

이곳에선 보건의료노조 예수병원지부가 다수노조(현재 450명)다. 1997년 민주노총에 가입한 예수병원지부는 1999년 구제금융 사태 뒤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파업을 단 한차례 했을 뿐 23년 동안 ‘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직원들이 모두 기독교를 믿는다는 유대감이 컸다.

2011년 새 병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금이 나기 시작했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그때부터 알게 모르게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라’는 등의 압력을 받아왔거든요.” 그해 12월 ‘복지노조’라고 하는 새 노조가 설립됐다. 지부는 사실상 회사 쪽의 사주에 의해 만들어진 어용노조라고 주장한다. 당시 조합원 모두 병원 간부가 회장으로 있는 한 동호회 출신이었다는 것을 한 증거로 삼는다.

복지노조에 혜택을, 지부에는 차별을 강화하면서 지부를 고립시켰다. 회사는 ‘선임’이라는 새 직책을 만들어, 대개 복지노조 조합원에게 맡겼다. 평사원과 대리 사이의 중간 관리자다. 지부 간부는 “30~40개 선임자리 가운데 우리 노조는 4명뿐”이라고 말했다. 지부장은 “한 40대 간호사는 지부 사무실로 와서 새까만 후배가 선임이 됐는데 어떻게 탈퇴를 안 하겠느냐며 울면서 노조 탈퇴서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힘들다는 3교대 근무는 대개 지부 조합원 몫이었다. 2년 새 260여명이 이탈해 새 노조로 갔다. 박성수 지부장은 “아무래도 조만간 (노조가) 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노조 최길환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자생적으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산별 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돼 뜻이 맞는 노동자들이 모여 기업별 노조를 만든 것이다. 회사의 사주로 노조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초 복수노조는 90년대부터 노동계의 숙원사업이었다. 노조의 단결·협상권을 제고하고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술한 법망과 제도를 사용자들이 악용하면서 취지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노동계는 회사가 친회사 노조를 설립하는 데 관여하거나 적극적으로 돕는 행위를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처벌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제도의 한계가 있고 노동운동 과도기 때 도입된 탓에 복수노조의 순기능이 발휘되기보다 일본처럼 사용자의 노조 파괴가 더 커진 상황이다. 본질적으로 자율적 교섭권을 제한하는 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산별노조의 교섭권도 기업노조와 동일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의 박주영 노무사는 “기존 노조가 강하면 회사가 개별교섭을 하고, 기존 노조가 약하면 대표노조를 세워 기존 노조의 교섭권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 창구 단일화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구 단일화 제도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기준으로 노동부가 지도한 복수노조 사업장 776개 중 773개(99.6%)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중이다. 현장에 복수노조로 인한 문제가 없다고 봐서 관련 데이터를 더 모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전주/이정국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