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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의 "회사가 사라졌다"라는 책에 대한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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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부지역지회 작성일21-02-08 10:17 조회5,9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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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의 [회사가 사라졌다]의 책 내용에 대한 입장문

 

회사가 사라졌다책의 기록 중에 잘못된 기록이 있어 바로 잡습니다.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에서 지난 11월말에 [회사가 사라졌다]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을 발간한 취지와 기획은 말 그대로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들을 기록하자라는 취지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취지라면 투쟁 초기나 준비 단계부터 시작하여 투쟁의 마무리까지 기록하거나, 아니면 사실관계를 사전에 확인하고 발간했다면 논란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사라진 회사에서 여성의 위치를 추적하고 이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책의 내용엔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을 결의하고 조직한 주체로서의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고 쫓겨난 여자들이라는 현상이 부각되어 안타깝습니다. 더구나 2부에서 <폐업, 그리고 사회><폐업, 그리고 노동조합>이라는 주제에 와서는 조합원과 노동조합을 분리시키고 투쟁의 과정에 조합원을 배제하고 상급노조가 밀실 합의를 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는 심히 유감스런 내용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성진씨에스, 신영프레시젼사업장의 투쟁은 사전 준비 단계부터 투쟁의 마무리까지 조합원들과 함께 시작하고 조합원에 의거하여 마무리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글엔 마치 투쟁이 보상금을 받고 끝났거나, 합의과정이 불투명 하거나, 폐업과 청산과정을 묵인한 것처럼 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기술은 2개 사업장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바로 잡기를 바랍니다.

신영프레시젼은 2017년부터 퇴사자 조직과 약 1년간 사업장 타겟 선전전등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과정을 통해 조직된 사업장입니다. 성진씨에스는 2016년 지인 찾기 등을 통한 조합원이 모두 나서는 미조직사업 과정에서 인자를 찾아내고, 2018년 초 임금삭감 등을 계기로 조직된 사업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역의 미조직사업을 통한 사회단체 및 민주노총의 연대사업으로 조직한 사업장입니다. 2개 사업장의 금속노조 가입 이후, 투쟁의 초기과정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조합원과의 상황공유 및 토론, 결의와 결정을 당연히 함께 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데서도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조직하는 등 어느 때, 어느 장소,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사업과 투쟁의 주체는 조합원이다 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선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폐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답을 주지 못한 조직으로 노동조합을 폄하합니다. 투쟁의 과정엔 다양한 의견과 논리 그리고 갈등이 늘 상존합니다. 지도부는 다양한 의견과 논리를 찍어 누르거나 뭉개지 않고 수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도 늘 뒷말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2부에서 복잡 미묘한 순간들을 담는다며 글쓴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에 대한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인터뷰를 통해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매도합니다.

 

노동조합은 폐업에 답을 찾아야 한다가 이 책의 주요한 물음일 수는 있으나 적어도 노동자들이 싸우는 것을 기록한다면 르포에 맞게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 엮었어야 합니다. 또한 이 책 전반적으로 자본에 대한 모순과 분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자본에 대한 모순과 분노의 메시지가 담겨야 한국사회의 여성노동자가 제대로 조명 될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폐업을 맞닥뜨리면 답이 안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답을 찾으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그런 노동조합에게 답을 못 찾는다고 질책하는 일은 쉽습니다. 답은 책에 기술된 조합원을 배제하고 기만하고 불만을 짓누르고 독단적인 [상급]노조를 배격하면 찾아지는 것인지요?

 

투쟁을 결의한 순간 노동자들은 모든 사안과 과제를 떠안게 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념이 스치고, 늘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모두가 힘들기에 따뜻하게 말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자본은 언제나 강고하게 버티고 관(공서)은 늘 자본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뒤돌아 앉는 꼴인 상황, 유일하게 내 동료가 동지가 나를 이해하고 함께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은 투쟁이 끝날 때 까지 지속됩니다. 그래도 힘을 낸다면 그것은 승리의 달콤함을 생각하기보단 내가 나로써 오롯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진씨에스와 신영프레시젼 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은 정말로 어려운 투쟁을 해왔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탓하지 않고 늘 극복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농성도, 집회도, 철야농성도, 피켓팅도 해내고 두려움 없이 싸웠고요.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어찌 고달프지 않겠습니까만 남 탓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걱정해줬던 분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투쟁을 이기고 지는 문제로 평가 합니다. 그러나 성진씨에스와 신영프레시젼 조합원들은 싸움이 끝난 후에도 대부분 조합에 가입해있고, 공간은 다른 곳에 있지만 조합원으로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 [회사가 사라졌다]의 일부 내용이 성진씨에스와 신영프레시젼 투쟁사업장 여성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노동조합을 모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내기 전에 좀 더 살피고 사실관계를 온전히 하며, 인터뷰어들이 신중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답을 정해놓고 인터뷰이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질문은 적대적 논쟁에나 쓰이는 기법 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편견들입니다. 또한, 사실이 아닌 내용이 기술되어 있는 일부 내용을 확인 드립니다.

 

2021. 2. 5.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지회장 서다윗, 수석부지회장 오승택, 사무장 신애자

신영프레시전분회장 이희태, ()성진씨에스분회장 정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