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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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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타산재협의회 작성일17-10-13 13:32 조회1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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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지나

노동자 사망과 유해물질 연관성은?
 

[인터뷰]박응용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위원장  

[160호] 2017년 10월 13일 (금) 이동희 기자dhlee@laborplus.co.kr

2006년부터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던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노동자 사망과 유해물질 간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작업장의 고열과 과로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노동자의 사망은 계속됐다. 고용노동부가 김종훈 의원실에 제출한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 한국타이어 노동자 46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대부분은 암, 심장질환, 혈액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했지만 이들 중 산재 승인이 된 노동자는 4명에 불과했다.

 

박응용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의회) 위원장은 1994년 4월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2년 동안 타이어 성형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2009년 타카야수 혈관염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그는 노동자 집단사망의 원인이 유해물질이라는 결론이 나지 않은 지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노동자들의 집단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6일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타이어 제조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타이어 공정은 크게 ‘정련-압출-압연-비드-성형-가류’를 거친다. 먼저 정련 공정에서는 천연고무, 합성고무, 카본블랙 같은 보강제를 섞어서 고무의 기본을 만든다. 이후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가공하는 압출, 일정한 두께의 고무를 입히는 압연, 와이어를 감아 삼각형 고무를 붙이는 비드, 앞의 공정에서 만들어진 재료를 타이어 형태로 만드는 성형, 열과 압력을 가하는 가류 공정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가 타이어가 최첨단 산업이라는 것이다. 기계 설비도 굉장히 대형이고 모든 과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기계를 작동하거나 제품을 투입, 이송하는 역할을 한다. 근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화학 작용이 일어난다. 변형이 필요한 공정이기 때문에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그렇게 만들어야 소비자들이 좋은 타이어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솔벤트 HV-250

•용도 : 고무용제로서 반제품 고무 접착 또는 분리
•사용공정 : 압출, 재단, 비드, 성형, 가류, 사상, 검사, 주행실험실 등
•사용량(월) : 대전공장 18.3톤, 금산 8.5톤, 중앙연구소 0.14톤

ⓒ 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보고서(2007. 12), 대전지방노동청 산업안전과.

  
 

지난 8월 10일, 서울중앙지법이 한국타이어에 근무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안일권 씨의 유가족이 회사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재판부 역시 유가족의 주장대로 안 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을 한 정재욱 판사는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제조와 발암 물질 노출의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거기다가 판결 내용에 ‘고무흄’까지 등장했다. 고무흄이란 고무 및 첨가제가 열을 받아 가스나 먼지·증기 형태로 방출되는 물질로 재판부는 “(한국타이어는)고무흄 노출 누적 수치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산재협의회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판결이다.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죽음과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를 부정해온 한국타이어에게는 따끔한 판결이었을 것이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1심 법원 판결을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무엇보다 산재협의회에서는 이번 판결을 2008년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타이어 노동자 15명이 사망했다. 이 사망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2007년 10월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한국타이어 역학조사를 의뢰했고 2008년 최종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역학조사에서 노동자들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보고 있는 톨루엔, 크실렌 등 유해물질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2007년 12월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역학조사와는 별도로 실시한 ‘한국타이어(주) 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솔벤트 HV-250에 관리대상 유해물질인 n-헵탄, 톨루엔, 크실렌이 주요 성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2008년 1월 8일에 발표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보고서에는 솔벤트 HV-250 원시료 분석결과 ‘다른 유기용제에 비해 더 건강에 해로운 방향족 탄화수소(벤젠, 톨루엔, 크실렌)는 포함되어 있지 않음’이라고 되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유해물질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명시해놨는데 역학조사 보고서에는 이를 제외시켰다. 최종 보고서에는 작업장의 고열은 심장성 돌연사와, 교대근로 및 연장근로 등 과로는 관상동맥질환과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핵심 유해물질로 지목되는 솔벤트 HV-250 등 복합유기용제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실시한 역학조사가 아닌가. 산재협의회에서는 역학조사가 작업환경과 연이은 근로자 사망 및 질병 간 연관 관계를 충분히 조사하지 못했다고 본다.

한국타이어(주) 역학조사

07.10.01 대전지방노동청에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 의뢰
07.10~11 자료조사 및 예비조사
07.11~12 현장조사 및 노출평가, 자료 분석
07.11.28 제1차 현지 설명회 개최
07.12.22 제1차 전문가 자문위원회 개최
07.12.28 1차 보고서 정리
08.01.08 제2차 현지 설명회 개최
08.02.20 역학조사 최종 결과 발표.

  
 

현재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사태와 관련해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정책질의서를 보낸 적 있다. 답변서에는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사망 사태를 포함한 고무산업 종사자들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치료 및 건강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 마련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유해물질의 인과 관계 등 원인규명을 통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 및 지원을 강화 ▲물질안전자료 공개의 투명성 강화 ▲피해 노동자들의 치료 및 건강관리를 위해 예방대책 마련 추진”을 약속했다.

또한 “새 정부는 국제기준에 맞는 엄격한 유해물질 관리 기준 및 산재처리를 위한 관련 부처의 법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관리·감독의 철저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특히 유해·위험물질과 산재와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물질안전보건 자료를 작성하는 자가 일부 내용을 영업 비밀을 이유로 기재하지 않으려 할 때, ‘물질안전보건자료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개하도록 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알 권리를 보호할 것”도 약속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에 대한 재항고 사건 역시 6월 15일 자로 대검 강력부에 재배당되었다. 조국 민정수석실을 통해 제기한 민원은 대검을 거쳐 대전지검 705호 검사실로 배당되어 수사 중이다.

8월 30일에 대전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2008년 한국타이어(주) 역학조사 최종보고서와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의 평가위원회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아직은 기초 점검자료만 넘긴 상태이고 조사가 구체화되면 넘길 자료들이 더 남아있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검찰이 노동부에 지시를 내려 2008년 이후 한국타이어 사망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역학조사에 들어가면 시간은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지만 그만큼 엄중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래도 검찰이 지휘하고 노동부가 조사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해결은 어떤 방향으로?

피해 노동자들의 산재 판정과 치료에 그치지 않고 사전 예방까지 가야 한다.

먼저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은 포괄적 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특정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포괄적 보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타이어에서 포괄적 보상이 가능하게 되면 한국타이어가 아닌 다른 사업장, 산업 부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다. 가능하면 포괄적 보상이 산업보건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단초가 됐으면 한다.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순환배치와 제대로 된 특수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순환배치는 고무흄에 노출되는 공정 노동자를 다른 업무,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이다. 호흡기 질환이 있는 노동자들이 공정을 옮기게 되면 질환이 훨씬 줄어들고 6개월씩 순환배치를 했더니 발병률이 30% 줄어들었다는 외국 사례도 봤다.

다른 하나는 특수건강검진인데, 지금도 특수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2008년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특수건강검진 대상자 4,495명 중 2,239명(일반질병유소견자 1,274명, 요관찰자 965명)이 추적관리자 대상자로 확인됐다. 하지만 회사는 이에 따른 추적조사, 임시건강검진, 작업장소 변경, 작업 전환,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로 제한, 작업환경 측정, 시설·설비 설치 및 개선 등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제5항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특수건강검진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 아닌가.

지난해 1월 산재신청을 한 4명 중 한 명인 이진재 씨는 2010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타이어 외관검사 업무 수행 중 잉크와 유기용제를 취급했다. 2014년 육종암 진단받기 전 특수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질환 발생이 의심되는 건강검진 결과가 있었는데도 회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